[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쳐 연구에만 몰두하던 1세대 바이오 벤처 창업주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고 있다. 돈 없이 '연구'만 잘하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최근 강스템바이오텍 창업자인 강경선 기술고문이 갑작스럽게 최대주주 지위를 빼앗기자 한 바이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세종이 대량보유보고에 대한 공시를 할 때까지 강 기술고문이 알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바이오벤처 1세대들을 이야기할 땐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헝그리 정신'이다. 이는 '끼니를 잇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정신'을 뜻하며 지금의 K-바이오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들은 헝그리 정신을 내세워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바이오라고 할지라도 연구만 잘해선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1세대 바이오벤처 창업주들은 간과했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 된 이후 수많은 바이오벤처가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현재 수익을 내는 기업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장 이후에도 '연구'를 한다는 명목 하에 '당당한 적자'를 기록해왔으며,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매년 관리종목 지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는 특례상장 기업이 관리종목 지정을 최대 5년간 유예받는 것을 고려하면 긴 시간 동안 마땅한 매출처 하나 확보하지 못했단 뜻이다. 

1세대 바이오벤처 창업자들이 조용한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다보니 상장 이후의 바깥세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 전엔 미래가치만으로도 시리즈A.B.C 투자가 이뤄지곤 하지만 상장 이후의 세상은 까다롭다 못해 혹독하다. 어렵게 투자유치를 해내더라도 수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 성과없이 '연구'만 하는 기업들에게 또 다시 자금을 지원 해줄리 만무하다. 

연구를 지속할 돈은 떨어졌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고, 결국 1세대 바이오벤처 창업주들은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확보 방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창업주들의 지분 희석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생존을 위해선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간혹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연속성이 부족할 뿐더러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역부족이다. 구색 맞추기용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사업도 배고픈 바이오벤처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시대가 됐다.

열심히만 하면 성장이 가능했던 과거는 이제 잊어야 한다. 지금은 연구개발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재무역량을 키워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바이오가 IPO(기업공개)를 수단이 아니라 목표로 여기고 상장 이후 너무 안주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