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오는 24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마감되면 수십개에 이르는 거래소가 한꺼번에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은행, 가상자산 거래소가 서로 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면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고가 불수리된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24일 이후에는 사업자 신고를 마치지 못 한 수십개의 거래소가 한꺼번에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신고 준비 상황별 가상자산 사업자 명단'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63곳 중 24곳이 신고에 필요한 최소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SMS 인증은 가상자산 사업자 필수 요건으로 이를 취득하지 못 한 24개 거래소는 사실상 폐쇄가 확정됐다. 이들 거래소 이용자는 전체 암호화폐 투자자의 3%(약 20만명)로 추정된다.
사업자 신고를 마친 업비트 외에 ISMS를 획득한 나머지 20개 거래소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1년 이상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은행은 각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흡하다며 계좌 발급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은행이 수 년째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는 이유는 현행 특금법 기준에 따라 거래소에서 보이스피싱 등 사고나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은행이 져야 하는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래소는 은행에게, 은행은 금융당국에게, 금융당국은 계좌를 받지 못 한 거래소에게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이후 시장에 발생할 문제와 혼란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미비하다. ISMS를 획득한 거래소들은 폐업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코인간 거래 마켓만 운영하는 등 차선책을 염두하기보다는 오는 24일까지 반드시 실명계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거래소는 폐업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며 경고했지만, 이외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은 상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수십개 거래소가 한번에 문을 닫거나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거래소가 문을 닫을 경우 해당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가격이 폭락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교수는 "코인마켓캡에 올라온 원화거래 국산 코인 수는 조사한 것만 118개이고, 시가총액이 11조원에 달한다"라며 "거래소들이 한번에 문을 닫으면 이 코인들은 모두 상장폐지되기 때문에 휴지조각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은행과 금융당국, 거래소가 각각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거래소 폐업 피해 대책도 마련하지 않아 투자자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거래소 이용도 막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코인을 업비트로 이체하고 있다"라며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은 상장된 타 거래소에서 매도한 후 원화로 인출할 수밖에 없는데, 갑작스러운 매도세로 코인 시세가 폭락하거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원화를 인출할 경우 중소형 거래소는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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