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재민 기자] 항공부품업체 율곡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8곳의 원매자가 제안서를 내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러브콜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스페이스엑스(X) 상장을 앞두고 관련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동조합이 단기 재무적투자자(FI)들의 인수를 반대하면서 고용안정 협약을 요구하는 것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와 WJ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삼일PwC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진행한 율곡 본입찰에는 8개 원매자가 진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일PwC는 지난해부터 이 매각을 주관하는데 거래 대상은 율곡 지분 47.09%와 최대주주인 위호철 대표 지분 47.23% 일부를 더한 경영권 지분이다. 당초 예비입찰에는 10곳 안팎의 원매자가 몰렸고 시장에서 언급되는 율곡의 몸값은 지분 100% 기준 4000억원 수준이다.
율곡은 KAI와 보잉·에어버스에 항공기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항공우주 부품업체로 1990년 설립됐다. 항공기 기체와 엔진 부품 가공·조립이 주력 사업이며 경상남도 창원, 사천, 산청 소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민항기 뿐만 아니라 KAI 등이 생산하는 국내 군용 항공기 부품도 공급한다. JKL·WJ 컨소시엄은 2019년 율곡의 전환우선주(CPS)에 4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최근의 어려운 시장 국면에도 다수의 원매자가 율곡 인수를 위해 달려든 데는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 기대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율곡의 고객사인 에어버스는 2025년 793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인도했고 수주잔고는 8754대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다른 고객사 보잉 역시 같은 해 상업용 항공기 600대를 인도해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갱신했다. 총 수주잔고액은 6820억달러, 상업용 항공기 수주잔고는 6100대 이상으로 항공기 부품 공급망에 장기간 물량이 깔려 있다는 의미다.
민항기뿐 아니라 국내 방산 항공 수요도 긍정적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5년 신규 수주 6조3946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30.4% 늘었다. KF-21 전투기 양산 계약과 필리핀 FA-50PH 경공격기 등 수출 계약으로 수주잔고는 27조34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7% 성장세를 보였다. 항공부품은 안전과 직결되기에 고객사 승인과 품질 인증, 납품 이력이 중요하다. 신규 진입이 어려운 사업으로 율곡 인수는 항공기 생산 확대 국면에서 물량 증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 인수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적잖은 리스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율곡지회는 지난달 6일부터 율곡 매각자인 JKL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타워 앞에서 한 달째 매각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의 차입 인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최근 KT 이니텍과 카카오모빌리티, 고려아연 등이 매각 과정에서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항공부품 제조는 구조물 조립과 납기 대응 등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워 숙련인력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원매자가 모두 FI라면 노조가 단협 승계, 외주화·구조조정 제한 등 고용안정협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자가 고용안정협약을 받아들이면 비용절감 여지가 줄어들고, 협상 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등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납기와 품질 신뢰가 깨지면 고객사 승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는 현장 안정성 확보가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다.
율곡은 코로나 국면에는 7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2022년 흑자로 전환했다. 2024년 영업이익 168억원, 2025년에 15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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