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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승자의 저주' 안되려면
조은비 기자
2026.05.19 08:25:13
한화, 전방위 패키지 지원 조건 제시…수주 원가 구조 검증은 불가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8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사업(CPSP) 수주 경쟁의 판이 달라졌다. 이는 캐나다 측이 단순 무기 구매가 아닌 캐나다 산업에 대한 실질적 기여(ITB) 100% 이행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명시해서다. 잠수함 성능과 납기, 가격만큼이나 현지 고용·기술이전·유지보수 등 현지 기여 방안이 당락을 가르는 구조다. 무기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 됐다.


수주 경쟁에 뛰어든 한화는 이를 정면 돌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군용 차량 및 특수목적 산업차량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온타리오주에서 체결했다. 수주 성공을 전제로 본격 가동되는 구조다.


한화오션이 지난 1월 알고마 스틸에 약속한 최대 3억4500만 캐나다달러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1000명이 해고된 알고마에 대해 캐나다 연방 정부는 한화오션의 수주를 전제로 500명 재고용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캐나다 정치권의 반응이 달아올랐다.


같은 달 텔레샛·MDA 스페이스 등 우주·기술 기업들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4월에는 앨버타주 주정부와 에너지·방산·조선을 아우르는 포괄적 MOU를 추가 체결했다. 한화그룹이 현재까지 캐나다 내 협력 관계를 맺은 기업·기관은 30여 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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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한화오션의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절충교역 패키지를 들여다보면 성격이 달라진다. 현대차그룹의 현지 공장 건설·수소 에너지 협력, LIG D&A의 어뢰 공장 설립, LG에너지솔루션의 온타리오 배터리 생산 거점까지 포함된다. 한화오션 단독의 약속이 아니라 한국 주요 산업군 전체를 동원한 패키지다.


KPMG 분석에 따르면 이 투자는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연평균 2만2500개 일자리와 캐나다 GDP에 941억 캐나다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추산됐다. 방산 수출이 무기 계약을 넘어 국가 산업 패키지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흐름이 낯설지는 않다. K9 자주포 수출이 폴란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으로 확장됐듯, K-방산의 수출 방식은 이미 '무기 판매'에서 '산업 이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왔다. 문제는 그 방식이 정착되는 속도다. 개별 기업의 수주 전략이 어느 순간 국가 산업 전반을 동원하는 구조로 치환되고 있지만, 그 책임과 리스크의 귀속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30여 곳의 현지 파트너는 한화오션의 약속을 전제로 이미 내부 사업 계획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MOU의 법적 구속력과 무관하게, 기대치는 한 번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서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약속으로 제시된 것들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이행 의무로 전환된다. 현지 파트너 30여곳, 공장 건설, 기술이전을 묶은 패키지의 원가 구조가 수주 단가 안에 얼마나 정밀하게 반영됐는지는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이 없다. 수주 규모의 크기에 매몰돼 이행 비용의 누적을 간과한다면, 이번 사업도 수주잔고 숫자 뒤에 재무적 암초를 숨긴 또 다른 '승자의 저주'로 기록될 수 있다.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교한 전략일수록 실패했을 때의 구조적 비용도 함께 커진다.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내건 약속의 무게가 전략적 자산인지, 결과에 따라 부채로 돌변할 이중성을 띤 것인지는 수주 결과가 나온 후에야 판가름 난다. 지금 시점에서 물어야 할 것은 한화오션이 그 무게를 버틸 원가 구조와 이행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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