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주주총회 결과는 정책 취지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려는 제도적 장치가 실제로는 현직 회장의 연임을 제약하기보다 '정당성 강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열린 주요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 2023년 3월 처음 회장에 취임한 이들은 모두 2029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주주총회 찬성률이다. 세 회장 모두 90% 안팎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서 출석 주주 기준 99.3%, 발행주식 총수 기준 78.8%의 찬성을 받았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91.9%,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88.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주총회 참석률은 83.1%였다.
이는 단순한 일반결의 수준을 넘어 출석 주주 기준에서는 이미 특별결의 요건을 상회하고, 발행주식 기준으로도 상당 부분 근접한 수준이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한다.
이 같은 결과를 감안하면 현행 지분 구조와 의결권 행사 패턴이 유지될 경우 특별결의 도입이 연임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장치로 작동하기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높아진 의결 기준을 충족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광범위한 주주 지지를 확보했다는 '주주 인증 효과'가 부각되며, 경영진의 정당성뿐 아니라 규제 부담까지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을 검토하는 배경은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 집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대로 이사회 중심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점을 개선하고, 주주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서 특별결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완화하고 분산된 주주의 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현행 지분 구조에서는 분산된 일반주주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 영향력이 집중되는 만큼 특별결의 도입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을 오히려 더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분산된 일반주주보다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 자문사의 의견이 외국인 투자자 표심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의결 결과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회장 연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분율 약 9% 수준인 국민연금의 단독 영향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ISS의 찬성 권고와 외국인 투자자 표심이 결합되면서 결과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월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60%다.
BNK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논란이 제기되며 금융당국의 주시를 받았지만 이번 주주총회에서 높은 찬성률로 연임이 확정됐다. BNK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0%대로, ISS의 찬성 의견이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된다.
결국 금융당국이 기대한 '주주권 확대'가 모든 주주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기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글로벌 자문사의 영향력 확대라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주주 동의를 확보하면 연임이 가능했지만 의결 기준이 더 높아지고 이를 충족하게 되면 그 자체로 의미가 커진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주주 지지를 확보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추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융지주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높은 찬성률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특별결의 도입 효과는 지배구조 분쟁이나 반대 주주 결집이 나타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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