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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노선 버린 오너 2세 결단…'양날의 검'
이세정 기자
2026.03.25 12:02:09
개인회사 지분 50% 매각, 우군된 '세계 1등 해운사'…경영 간섭·주도권 약화 리스크
이 기사는 2026년 03월 24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장금상선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장금상선그룹이 세계 최대 글로벌 해운사와 한 배를 탔다. 오너 2세인 정가현 부회장이 개인 회사인 장금마리타임의 지분 절반을 세계 1위 컨테이터 선사인 MSC에 넘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동맹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막강한 우호 세력과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실리적인 평가 이면에는 경영 간섭과 의사결정 교착 등에서 기인한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장금마리타임은 스위스 MSC와의 공동 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는 MSC가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하는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며, 그리스를 비롯한 해외 주요 당국도 양측의 공동 경영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 장금마리타임, 글로벌 VLCC 인수 조력자


2008년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장금마리타임은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장금마리타임이 해운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장금마리타임의 수익성도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순이익은 2020년 마이너스(-)568억원이었으나, ▲2021년 1032억원 ▲2022년 1946억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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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마리타임은 2023년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는데, 사업 다각화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벌크선 뿐 아니라 탱커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장금마리타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수혜를 누렸다. 이 시기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80% 넘게 급감하는 동안 발틱원유유조선지수(BDTI)는 오히려 상승세를 그렸다. 특히 장금마리타임은 2024년 홍해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그해 말 매출 1조5118억원과 영업이익 2538억원, 순이익 3361억원이라는 창사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정 부회장은 장금마리타임의 영업 전략으로 유조선 시장 '올인'을 채택했다. 장금마리타임이 2024년부터 글로벌 유조선 시장의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위치한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인 트라피구라와 합작사를 출범시킨 목적도 공격적으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매입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장금마리타임은 현재 약 80척의 VLCC를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되며, 기 체결 계약에 따른 선박 인수가 마무리되면 VLCC 선대는 세계 최대 규모인 130척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장금마리타임 주요 재무지표. (그래픽=김민영 기자)

주목할 부분은 장금마리타임의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장금마리타임은 최근 5년간 평균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231억원에 그쳤다. 중고 VLCC 가격이 척당 1000억원 수준인 데다, 장금마리타임이 이른바 VLCC 싹쓸이를 위해 15%가 넘는 프리미엄을 붙였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장금마리타임이 올 들어 인수 계약을 체결한 VLCC는 30척 이상으로,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3조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 회사는 지난해 그룹사 자금 차입과 선박 양도 등으로 4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했지만, VLCC 매입 대금을 지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장금마리타임이 든든한 지원군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번 지분 거래로 MSC와의 협력 사실이 공식화됐다.


◆ 막강 우군·미래 준비 '윈-윈'…의사결정 지연·지배력 희석 우려도


장금마리타임은 글로벌 최대 컨테이너 선사와의 동맹 전선을 구축하게 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전망이다. MSC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 21%를 기록했는데, 2위 해운사인 머스크(14%)와 비교할 때 7%포인트(p) 가량 앞서고 있다. 비상장사인 MSC는 정확한 실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물류 대란이 발생한 2022년 기준 124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아울러 장금마리타임은 MSC의 자금력을 앞세워 VLCC 추가 매입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뿐더러 정 부회장은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장금마리타임의 주당가치는 2024년 말 기준 1598만원이며, 총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정 부회장은 장금마리타임 주식 2만5000주를 매각하며 4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쥐게 된다.


MSC가 장금마리타임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요인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거론된다. MSC는 컨테이너 해운과 항만사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한 터라 공급 과잉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팬데믹 기간 급증한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에 대한 인도가 마무리되면서 운임 하락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MSC 홈페이지)

더군다나 MSC는 각 선사의 노후선박을 인수하면서까지 선대 확장에 몰두한 결과 친환경 선박 전환에서 비교적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50년 탄소중립목표를 추진 중인 국제해사기구(IMO)는 당장 내년부터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책정하고, 2028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MSC는 벌크와 탱커 노하우를 가진 장금마리타임과의 협력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금마리타임이 독자 노선을 걷던 과거와 달리 향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MSC와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정확히 50 대 50의 지분 구조에 따라 전략적 판단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금마리타임이 VLCC 선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MSC의 대규모 투자나 증자 등으로 정 사장의 경영권이 희석될 여지도 열어둬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글로벌 1위 선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했지만, 동시에 경영 자율성을 일부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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