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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맛대로 바뀌는 전자투표제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2025.12.10 08:25:12
경영권 분쟁시 도입 꺼려…선택 아닌 의무 도입 논의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9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소액주주 권리 강화', '주주 민주주의 실현'. 2010년 전자투표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될 때 내세운 구호들이다.


당시에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애고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너도나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제도는 화중지병(畫中之餠)에 가깝다. 보기엔 근사하지만 정작 먹을 수는 없는 '그림 속 떡'이다.


전자투표제도는 2009년 상법 개정으로 처음 명문화됐고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장회사들이 선택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전자투표가 도입되면서 주총 참여의 물리적 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혹은 집에서 간단히 투표를 끝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누가' 이 편리함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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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전자투표를 사용하는 집단은 대개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최대주주 또는 기관투자가들이다. 반면, 다수의 소액주주는 전자투표에 참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전자투표제도는 의무화가 아닌 회사 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상장사들은 기업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주주가 전자투표제도를 요청했을 때 다양한 이유를 들며 거절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전자투표에 따른 반대 주주들의 확대를 막아 원하는 안건 부결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경영권 분쟁이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자투표 도입을 거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열린 코스닥 기업의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들은 전자투표 도입을 요청했지만 회사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는 반대 주주들의 집결을 막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소송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기각됐다. 


결국 전자투표는 참여의 통로를 넓혔다는 식의 '민주적 포장지'를 씌워줄 뿐, 실질 의사결정은 여전히 소수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전자투표제가 정말로 힘없는 소액주주에게 권력을 돌려준 제도인지, 아니면 최대주주에게 더 안정적인 지배기반을 제공하는 새로운 장치에 불과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 소액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정 안건(합병, 분할, 주요 자산 양도 등)에 대해서는 전자투표 도입을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전환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전자투표제는 분명 과거의 종이 위임장, 현장 거수 방식보다 편리하고 현대적인 제도다. 문제는 그 제도의 스위치를 누가 쥐고 있느냐다. 지금처럼 기업, 특히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스위치를 독점하는 한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넓히는 제도가 아니라 소액주주의 참여를 선택적으로 열고 닫는 관리 수단으로 머물게 된다. 화중지병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 전자투표제가 진정한 권리 회복의 도구가 되려면 이제는 '도입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도록 만들 것인가'를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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