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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회사 차린 류진호 대표, 3세 승계 대비?
이세정 기자
2024.11.11 06:30:24
④10대 초반 자녀들 최대주주…빚내서 주식 매입, 배당 수익 극대화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제지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재도약에 나서는 듯 했지만, 영업환경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원재료값과 전기료 등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약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대부분의 제지사가 단일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지업계가 일부 상위권사를 제외하고는 자수성가형 오너일가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춰 경영에 대한 견제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제지사들의 재무 현황과 지배구조,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삼보판지 시화공장. (출처=삼보판지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보판지그룹 창업주 고(故) 류종욱 회장의 차남이자 오너 2세인 류진호 삼보판지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3월 부동산 컨설팅업의 개인 회사 '이영컨설팅'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판지업과 무관한 이영컨설팅은 류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그의 두 자녀가 지분 90%를 보유 중이다.


이영컨설팅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기후테크 기업 로우카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삼보판지 주식을 매입하는 식으로 경영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류 사장이 추후 오너 3세들의 승계에 대비해 개인 회사 인큐베이팅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 유망 스타트업 '로우카본' 주식 확보…IPO 성공시 시세차익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영컨설팅은 지난해 4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이영컨설팅의 사업목적은 ▲부동산 매매, 투자, 개발 관리업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컨설팅업 ▲기업경영 컨설팅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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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컨설팅은 류 사장 가족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다출자자(최대주주)는 류인영(2013년생)·영후(2014년생)이다. 특히 류 사장이 삼보판지를 비롯해 한청판지, 삼화판지의 대표를 겸직 중이라는 점에서 이영컨설팅은 삼보판지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영컨설팅은 출범 첫 해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로우카본이 지난해 9월 단행한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보통주 25만주를 확보했다. 지분율로 살펴보면 0.4% 수준이다. 2016년 세워진 로우카본은 대기환경 오염 방지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을 보유한 토종 스타트업이다.


이영컨설팅이 로우카본과 이렇다 할 접점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한 주된 이유로는 시세차익이 꼽힌다. 로우카본은 현재 코넥스 입성을 구상 중인데, 시장에서 추정하는 기업가치는 2720억원 규모다. 앞서 로우카본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년째 지속된 적자가 발목을 잡으면서 상장에 실패했다.


특히 로우카톤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계획 중인 만큼 주가 흐름에 따라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회사가 흑자경영으로 돌아서게 되면 배당 등의 가외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 배당 정관 수정 직후 주식 매집…추후 승계 실탄 비축 목적


이영컨설팅은 올 3월부터 삼보판지 주식을 사모으며 1%가 넘는 지분율을 확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영컨설팅은 지난 3월15일~4월12일 동안 총 20차례에 걸쳐 삼보판지 주식 18만5000주를 매입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주당 1만707원이며, 총 19억7074만원 상당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류 사장이 이영컨설팅의 삼보판지 주식 매입 자금을 전액 지원해 줬다는 점이다. 이영컨설팅이 수익을 창출하는 자체 사업을 가지지 않고 있는 데다, 10살과 11살인 오너 3세들이 출자할 수 있는 현금 규모에도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류 사장은 이영컨설팅으로 담보 없이 총 20억원을 차입해 줬으며, 상환 기간도 설정하지 않았다.


이영컨설팅 현황.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처럼 이영컨설팅이 다소 무리하게 삼보판지 주식을 취득한 것을 두고 배당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삼보판지가 소액주주연대로부터 주주환원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영컨설팅이 삼보판지 주식을 처음 매집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주주환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한 직후라는 점은 설득력을 높인다.


삼보판지 소액주주연대는 올 1월 사측에 주주제안을 발송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2023년 결산실적 배당성향 50% 등을 요구했다. 특히 주주연대는 오너가를 대상으로 배임 등의 혐의로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삼보판지는 올 3월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절차 개선과 중간배당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완료했다.


실제로 삼보판지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주당 결산배당으로 전년(175원) 대비 77% 인상된 310원을 지급했다. 또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한 중간 배당으로 주당 60원을 지급하기도 했는데, 삼보판지 창사 이래 첫 중간 배당이었다.


류 사장 자녀들은 이미 2020년부터 삼보판지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만약 이영컨설팅이 삼보판지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다면, 오너 3세들이 결산·중간배당으로 수령하는 현금은 총 1865만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영컨설팅이 중간배당금을 받으면서, 총 배당금은 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류 사장이 이영컨설팅을 활용해 오너 3세들의 미래 승계 실탄을 선제적으로 비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사인 만큼 자금 거래 현황이 공개되지 않고, 삼보판지로부터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 삼보판지 관계자는 "류 사장의 개인 회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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