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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이원섭 상무, 경영수업 '착착'
이세정 기자
2024.11.14 06:30:26
①핵심 계열사 이사회 입성, 해외·투자 주도…계단식 승계기반 닦기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방그룹이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항만하역사업과 화물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세방그룹은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방전지(옛 진해전지)를 인수하며 급격한 성장을 일궜고, 2023년 말 연결기준 총자산 1조3452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세방그룹의 승계 구도는 매우 명확한 '장자승계'를 따르고 있다. 이의순 창업주 외아들인 이상웅 현 회장을 거쳐 또다시 독자(獨子)인 이원섭 상무로 이어지고 있다. 세방그룹 오너 3세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한 만큼 지배구조와 승계 자금 조달 방안,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출처=세방그룹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종합물류기업 세방그룹 오너 3세인 이원섭 상무가 적지 않은 기간 부친인 이상웅 회장의 보호 아래에서 경영 수업을 받을 전망이다. 이 상무는 최근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을 아직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세방그룹이 '계단식 경영 승계'를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오너 3세 시대의 개막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인 이의순 명예회장은 97세이던 2020년에서야 아들 이상웅 회장에게 완전한 경영권을 물려줬다.


◆ 회계법인 출신 이원섭 상무, 유일한 후계자…입사 1년 만에 사내이사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상무는 지난해 3월 세방㈜과 핵심 계열사 세방전지의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명실상부한 후계자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세방㈜은 1965년 설립된 물류 전문 회사이며,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로 유명한 배터리 제조 기업으로 1978년 세방㈜으로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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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는 두 회사에서 각각 해외사업·투자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현금이 오고가는 사업 특성상 이사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 상무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원섭 세방그룹 상무. (그래픽=신규섭 수습기자)

특히 세방㈜과 세방전지의 해외사업·투자 부문은 사실상 이 상무가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신설됐다. 


1991년생인 이 상무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학파다. '국내 빅4' 회계법인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팀(Deal Advisory) 소속으로 근무했으며, 2022년 이 회장의 부름을 받고 세방그룹에 입사했다. 경영전략실장을 맡던 이 상무는 입사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해외사업·투자 부문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둬 업무 상 제약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독립성을 보장하는 특권이 주어졌다.


이 상무가 주도하는 세방㈜의 해외사업은 해외 물류 법인 확장과 안정화가 핵심이다. 세방㈜은 올해 1월과 3월 미국에 운송주선업의 SEBANG Logistics USA Holdings, Inc.와 무역업의 SEBANG Metal Trading America Corp.을 각각 설립했는데, 외형 성장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세방전지는 해외 판로 확대라는 과제를 충실하게 이행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과 독일, 베트남에 법인을 운영 중이며, 미국 법인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배, 8배씩 증가했다. 독일 법인은 순손실에서 벗어났다.


투자 부문 역시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세방㈜의 금융손익(금융수익-금융원가)을 따져보면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111억원으로, 이 상무가 경영전략실장이던 2022년(71억원)과 비교할 때 5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방전지의 금융손익은 마이너스(-1) 11억원에서 119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 2세 이상웅 회장, 경영 실권 차지 5년차…급할 것 없는 3세 승계


이 상무가 세방㈜과 세방전지 경영 깊숙이 참여하고 있지만,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계열사 지분율이 현저히 낮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을 뿐더러 올해 66세인 이 회장이 건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세방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 상무의 경영 승계와 관련한 이슈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의순 세방그룹 창업주(왼쪽), 이상웅 회장(오른쪽 아래)과 아들 이원섭 상무(오른쪽 위).

실제로 이 상무의 세방㈜ 지분율은 1.65%이며, 세방전지는 0.01%에 불과하다. 물론 이 상무가 세방그룹 경영권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 주식만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이 현재 보유한 세방㈜ 주식 347만3022주(17.99%)에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적용할 경우, 이 상무는 단순 계산으로 250억원 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세방그룹은 오너 2세 체제가 최근에야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1958년생인 이 회장은 16년 동안 경영 수업을 받은 뒤 세방㈜ 대표이사에 올랐고, 55세이던 2013년 회장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영 행보에는 제약이 따랐다. 창업주가 경영 총괄 역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세방그룹 경영 전권을 넘겨 받은 것은 환갑을 넘긴 2020년(62세)이다. 이 명예회장은 55년 간의 경영 활동을 끝에 세방㈜과 세방전지 등기임원직을 내려놨고, 지주사 주식 전량(8.64%)을 외아들인 이 회장에게 물려줬다. 이 회장은 해당 주식 증여 덕분에 세방㈜ 개인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상무가 무리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오히려 이 상무는 오랜 시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리스크 대응력을 키우는 한편, 다양한 경영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상무가 시장에서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영 성과를 쌓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가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승계 기반을 닦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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