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R3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R3 CEV는 IBM-리눅스재단의 ‘하이퍼레저’와 함께 대표적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합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주도 컨소시엄이나 금융권간 협업이 많지 않다보니, 글로벌 컨소시엄 R3 CEV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R3 CEV에 참여한 국내 은행은 신한, 우리, KB국민, KEB하나은행, NH농협, 5곳. 이들 은행은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에서 R3가 탁월한 리더십과 기술력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 합류했다”는 입장이다.

R3 CEV는 R3의 금융 특화 플랫폼 코다(CORDA)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송금·결제 등 주요 금융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코다는 금융산업에 최적화된 분산원장 기술로 모든 참여자가 합의를 이뤄야 하는 다른 블록체인 기술과 달리 거래당사자들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 블록체인의 한계인 정보의 기밀성과 거래에 대한 합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재해복구(DR) 기능을 탑재해 코다의 상용 버전인 ‘코다 엔터프라이즈’를 선보였다.

다만 국내 은행이 컨소시엄에 합류한지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R3 CEV를 통해 상용화 결과물을 낸 곳은 아직 없다. 일단 국내 은행들은 컨소시엄 참여의 의미를 글로벌 금융과의 네트워크 형성, 시장 트렌드 파악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대’를 형성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과 금융사간 얼라이언스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참여하기 위해 합류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참여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과 해당 생태계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구현할 블록체인 플랫폼의 기준을 연구해 나가고 있다”며 “글로벌·국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실험하고 협업할 수 있는 회의체가 필요한 상태이고, R3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개 은행은 R3와의 멤버십 계약을 통해 은행별로 원하는 프로젝트에 단계별로 참여할 수 있다. 멤버(회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연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계약 내용과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은행마다 다르다. 앞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매년 25만달러(한화 약 3억원)의 회비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R3측에서는 계약금액이나 내용은 계약자별로 차이가 있고 내용은 비공개라는 입장이다.

컨소시엄과 별개로 국내 은행권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은행 간 의견 조율, 관련 법규 검토 등의 과제가 남아있어 상용화 단계까지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R3 코다 기반의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토콜 검증과 함께 국내 금융사 실정에 맞는 시범 사업 모델을 찾고 있다”며 “완성된 형태의 프로젝트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