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하이트진로가 6년 만에 신제품 맥주 ‘테라’를 출시했다. 원재료부터 패키지까지 5년간 심사숙고 끝에 내놓은 제품이기에 여느 맥주와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에 설정한 목표도 높다. 첫해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수년 뒤엔 가정과 유흥 시장을 아우르는 한국 대표 맥주가 되겠단 계획이다. 2012년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계속된 뒷걸음질로 벼랑 끝에 내몰리자 신제품으로 새판 짜기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액 974억원이며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95억원 수준이다. 맥주 사업에서만 웬만한 중소기업 연매출 수준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니 일각에선 소주가 없었으면 진작 회사 문을 닫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이 어려워진 건 몇 번의 자충수 때문이다. 이 회사 프리미엄 맥주인 ‘맥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당시 이 제품은 등한시 한 채 ‘드라이피니쉬 d’ 판매에만 열을 올렸던 게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소수긴 하지만 ‘하이트’의 1등 신화를 만들었던 주역들을 경쟁사에 내주는 실수도 범했다.
결국 이런 종류의 실수들이 쌓인 결과 하이트 사입 자체를 거부하는 유흥채널이 늘게 됐고, 제품을 찾아도 ‘없다’란 답변이 돌아오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고객을 잃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수익성 외에도 재무지표 전반이 악화돼 있는 상태다.
매출액만 봐도 국내 맥주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1위를 차지했던 2011년 1조832억원에 달했으나 2012년 9000억원대로 줄어든데 이어 2014년 8000억원대, 2017년 7000억원대로 감소했다. 반대로 부채비율은 작년 279.9%로 2011년에 비해 175.6%포인트나 상승했다.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38.9%(7613억원→4649억원) 감소한 반면, 부채총계는 63.9%(7942억원→1조3014억원)나 증가한 결과다.
A증권사 연구원은 “하이트가 한때는 1등 맥주였지만 현재는 시장경쟁력을 상실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며 “올 하반기 주세법이 개정된다면 하이트진로의 숨통이 다소 트이겠지만 주 52시간 시행 등으로 ‘혼술족’ 증가에 따른 주류 문화가 변한 걸 고려하면 신제품 출시 외에는 판세를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맥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위치 재정립과 실적 개선 중책을 맡게 된 테라가 어떤 성적을 낼지 주류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증권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지난 13일 개최된 테라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사 김인규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테라를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 사업에 마침표를 찍고 재도약 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한 것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의 처지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비교한 것에서도 테라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난다. 일단 테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미세먼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니 ‘청정’이란 콘셉트와 수입맥주 못지 않은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단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테라는 주질, 공법, 패키지까지 회사의 모든 노하우를 담아 만든 제품이니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제2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특별한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등 전사적 역량을 테라에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테라를 통해 레귤러 라거 시장에서 본원적 경쟁력 회복하는 동시에 국내 맥주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