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한국성장금융과 한국증권금융이 공동 조성하는 '증권금융 K-Growth 펀드' 위탁운용사(GP) 선정 결과를 두고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쟁쟁한 대형 하우스들이 고배를 마신 반면 중견 운용사들이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출자사업에서 체급만 앞세운 대형 VC의 필승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VC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지난달 29일 증권금융 K-Growth 펀드 최종 선정 결과 중·대형 부문 최종 GP에 브레인자산운용과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이름을 올렸다. 앞서 공개된 숏리스트에 포함돼 선정이 무난하게 점쳐졌던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업계 최상위권 트랙레코드와 자금 동원력을 갖춘 하우스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 VC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형 하우스들이 정량 평가나 정성 평가 모든 방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가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증권금융 K-Growth 펀드는 한국성장금융과 한국증권금융이 총 620억원을 출자해 조성하는 사업으로 중·대형 부문에만 360억원(운용사당 최대 120억원씩)이 배정됐다. 해당 부문은 AI·바이오헬스·에너지 등 특정 분야 기업에 중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자사업의 매칭 방식이 대형사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업은 운용사가 기존에 운용 중이던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금을 얹어서 집행하는 매칭 구조다. 문제는 탈락한 대형사들의 기존 펀드 체급이 이미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라는 점이다. 펀드 덩치가 지나치게 클 경우 이번 사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에만 밀도 높은 투자를 집행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위 브랜드 파워나 운용자산(AUM) 규모 경쟁보다 출자 목적과의 실질적인 적합성이 당락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특정 운용사의 규모나 인지도보다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운용 전략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며 "선정된 운용사들 역시 트랙레코드와 수익률 측면에서 대형사에 밀리지 않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곳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최근 출자시장의 변화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운용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가 GP 선정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투자 분야 전문성과 전략 적합성을 앞세운 중견 운용사들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다른 VC 관계자는 "최근 출자사업은 '누가 더 큰 운용사인가'보다 '누가 이 출자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과거에는 체급이 절대적인 강점이었겠지만 이제는 출자자의 투자 목적과 얼마나 부합하는 지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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