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모은 협회 설립을 관련 기업과 오너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AI 산업 전반으로 정책 자금과 민간 투자금을 빠르게 공급하는 가운데 업계를 대변할 통합 창구를 만들자는 취지다. 다만 아직 업계 내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직 장관이 구심점 역할에 나서는 것을 두고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영선 전 장관은 최근 국내 AI 반도체 관련 빅3 팹리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딥엑스 외에 LLM 소프트웨어 기업인 업스테이지 등까지 아우른 가칭 AI 빅테크 협회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회는 정부 정책 대응과 산업 육성 방안 마련,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아직까지 관련 4개사는 기업공개(IPO) 등을 하지 못한 10년 미만의 벤처기업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가 AI 산업 주권 회복을 위해 정책자금 마중물을 붓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가치는 각자 3조원 안팎으로 불어나 4개사의 기업가치만 10조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박영선 전 장관의 의도는 표면적으로는 국내 AI 산업을 대표할 통합 창구 부재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AI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국내 역시 기업 간 연대와 정책 협의 채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AI 반도체 업계는 개별 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을 뿐 산업 전반을 대표하는 단일 협의체나 구심점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주요 기업들이 현재 대규모 투자 유치와 고객사 확보, 양산 체계 구축, 기업공개(IPO) 준비 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협회 필요성이 아직 절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아직 기업마다 사업 단계와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인데다 공동 아젠다를 만들 정도로 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는지도 의문이라는 평가다.
협회 설립 시점도 시장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최근 AI 산업은 정부 정책과 대규모 자금 유입이 동시에 집중되는 대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딥테크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딥엑스 등 주요 기업들이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업스테이지 역시 차세대 AI 대표 기업군으로 거론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협회 설립 움직임을 단순한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향후 AI 산업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둘러싼 주도권 잡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아직 특정 단체가 업계를 대표하지 않는 이른바 무주공산 상태인 만큼 초기 협회 설계 과정에서 누가 중심축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향후 정책 네트워크와 산업 영향력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에 협회 논의가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거부감을 나타내는 관계자들이 적잖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시행착오를 겪으며 산업 기반을 만들어온 주체는 따로 있는데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된 점을 곱게 보진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