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운 기자] 비씨월드제약과 IBK캐피탈이 체결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계약은 금융투자업계에서 통용되는 표준계약서의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별도의 특약 조항이 없다면 비씨월드제약측이 위험을 감수하고 신규 자본을 공급한 IBK캐피탈 측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비씨월드제약과 IBK캐피탈이 벌이고 있는 다툼의 결론은 멀리 있는것 처럼 보이지 않는다. 양측이 작성한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대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가액을 조정(리픽싱)하고, 조정한 전환가대로 전환권을 행사하면 된다. 하지만 비씨월드제약은 IBK캐피탈이 리픽싱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 비씨월드제약, ‘구두 합의’ 이유로 리픽싱 미실시
비씨월드제약이 발행한 RCPS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관련 조항은 크게 △리픽싱은 발행 당시 전환가액의 70%까지만 가능하며 △배당 또는 배당에 준하는 수익(무상증자, 주식배당 등)을 차감한 뒤 전환가액을 산정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비씨월드제약뿐 아니라 다수의 상장사들이 원리금 보장 옵션이 부여된 주식관련사채(메자닌)를 발행할 때 이같은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한다.
문제는 IBK캐피탈이 주식배당을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비씨월드제약은 2016회계연도와 2017회계연도에 10주를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1주씩의 신주를 지급했다. 하지만 IBK캐피탈이 보유한 RCPS는 주식배당 대상에서 제외됐다. 투자 원금을 기준으로 본다면 연간 2억원씩을 덜 배당받은 셈이 된다.
IBK캐피탈은 리픽싱 과정에서 자신들이 받지 못한 주식배당분을 보상받기를 원했다. 리픽싱 폭을 넓혀 전환권 행사로 더 많은 신주를 교부받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씨월드제약은 IBK캐피탈의 이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IBK캐피탈이 사전에 합의한 리픽싱 한도를 하회하는 전환가액을 적용할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비씨월드제약 측은 리픽싱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IBK캐피탈과 사전에 합의를 완료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비씨월드제약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IBK캐피탈의 투자 담당자는 구두로 리픽싱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이같은 내용이 공식 문서로 오가거나 계약서를 수정하지는 않았다. 비씨월드제약은 실무자의 이같은 언급을 믿었기에 리픽싱과 전환권 행사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금융투자업계, 비씨월드제약의 ‘투자자 보호 미비’ 지적
2016년 당시 IBK캐피탈에서 비씨월드제약 투자를 주도한 담당자는 현재 투자금융 부문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IBK캐피탈은 해당 인력의 거취와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소송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이나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비씨월드제약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리픽싱 조항 자체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다. 비씨월드제약이 배당에서 RCPS 주주(IBK캐피탈)을 소외시켰고, IBK캐피탈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비씨월드제약의 승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비록 실무자 차원에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IBK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가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구두로 리픽싱이 필요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비씨월드제약의 재무나 법무 담당자들이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상장사 메자닌 투자에 주력하는 신기술금융회사 투자 담당자는 “상장사가 RCP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은 투자자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의미”라며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본을 공급한 투자자에게 당초 보장한 수익을 제공하지 않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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