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이달 15일 오후 3시. 롯데백화점 본점 9층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일본과 미국, 유럽에 진출한 '마뗑킴(MATIN KIM)'은 물론 비교적 신생 브랜드인 '이미스(EMIS)'와 '코이세이오(COYSEIO)' 매장에도 2030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일부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상품과 실물을 꼼꼼히 비교하며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렉시(21)씨는 "샤오홍슈(중국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고 코이세이오를 알게 됐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K-패션 브랜드 인기가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렉시씨는 커다란 코이세이오 쇼핑백을 든 채 매장을 나섰다. 코이세이오 매장 앞에는 대기 접수를 위한 키오스크가 마련돼 있었다. 기자가 확인한 대기 순번은 22번이었다.
대만인 관광객 뮤(35)씨는 면세점 쇼핑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K-패션관으로 발걸음을 옮긴 경우다. 뮤씨는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연결 통로를 통해 이곳까지 오게 됐다"며 이미스 팝업 매장에서 모자를 써보고 있었다. 실제로 키네틱 그라운드 내부에서는 면세점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키네틱 그라운드의 이 같은 인기가 K-콘텐츠의 흥행이 K-패션에 대한 관심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안착을 증명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샤오홍슈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브랜드가 해외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관광 시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흐름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을 고려한 매장 전략으로 유입 효과를 극대화했다.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인 면세점과 인접한 위치에 K-패션 전문관을 배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체류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그 밖에 롯데백화점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의 체류시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달 15일부터 25일까지 K-데일리 라이프 체험을 주제로 한 '롯데타운 한약방 사우나 방탈출' 팝업을 운영한다. 이미스·설화수·운빨존많겜 등과 협업한 사우나 콘셉트의 방탈출 미션을 통해 외국인 고객들이 한국식 일상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른 백화점들도 면세점을 넘어 외국인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BTS의 정규 5집 'ARIRANG' 발매 기념 팝업스토어를 본점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선보였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릴 컴백 라이브 공연에 앞서, 관련 상품과 콘텐츠를 하루 먼저 공개하는 방식으로 팬들의 백화점 경험을 확장했다. 신세계는 향후 외국인 고객 전용 라운지 조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3월 전국 점포에서 '더현대 팝업 페스타'를 열고 외국인 고객 대상 K-컬처 체험 콘텐츠를 확대했다. BTS 한국어 학습 팝업을 비롯해 한지공예, 전통 자개·타일아트, 터프팅·뜨개 체험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체류형 소비'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체류·체험형 마케팅'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으며 명동 본점은 103%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1분기 전체 외국인 매출이 90% 늘었고 본점의 경우 외국인 매출이 140%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체 본점 매출의 28.4%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1분기 외국인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증가는 국내 백화점 3사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경신하는데 힘을 보탰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8723억원, 영업이익은 47.1% 늘어난 1912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 백화점 사업 부문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737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0.7% 늘어난 141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자회사 지누스의 실적 부진을 제외하면 백화점 사업 자체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 부문 순매출은 6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9.7% 늘어난 1358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소비 확대가 단기 실적을 견인하고는 있지만 향후 방한 관광객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백화점의 성장세도 주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는 방한 외국인 증가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동안 꾸준히 전개해 온 외국인 타깃 마케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측면이 크다"며 "K-콘텐츠의 흥행에 힘입어 방한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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