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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낮춘' 이재용, 삼성 노조에 출구전략 마련…"협상 속도"
김민기 기자
2026.05.16 15:59:3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과로 노사 협의 속도 기대, 18일 교섭 재계 분수령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6일 15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먼저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여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 간의 간극을 줄이고 국민들에게도 우호적인 여론을 선점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사실상 파업을 공식화하자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국민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의 여론은 삼성전자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까지 나선 상태에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조에 대한 압박과 비난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도 이 회장의 사과로 출구 전략이 마련돼 향후 행보에 신중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으로 귀국하며 취재진에게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신뢰 끼쳐드린 점을 국민들과 전세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구성원 여러분 우리는 한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한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또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의 힘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날 사과는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결정으로 이뤄졌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분위기로 가닥을 잡자 기존 출장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입국하면서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이다. 이 회장이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조를 비롯한 정부와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한 것은 여론을 우호적으로 가져가고 노조원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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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조가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없다며 사측 교섭 위원 교체 등을 요청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노조원들의 감정도 한층 사그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 집행부와 강성 노조들 보다는 대부분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노조원들의 동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인 이 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사과를 했는데 노조도 이제는 더 이상 무리하게 자신들의 주장 만을 내세우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파업까지 나선다면 단순히 노사 갈등이 아니라 대국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 회장이 나서 직접 사과하면서 노조 측에서도 파업 중단이나 협상을 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마련해준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양측이 팽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사과로 인해 노조에서 협상을 매듭짓고 파업을 중단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줬다는 평가다. 사측에서도 이 회장이 나선 만큼 중재에 대한 의지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노조 집행부는 경험도 적고 집행부 인력도 규모에 비해 부족해 정부와 전 국민이 보고 있는 협상을 앞두고 큰 압박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집행부 입장에서도 이 회장이 직접 나섰기 때문에 파업까지 가지 않더라도 강성 노조원들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파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와 지역 경제 등 국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커 정부 측에서도 이 회장이 직접 나서길 바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미세 공정을 24시간 끊임없이 유지해야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짧은 가동 중단도 천문학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 다운턴(Downturn) 때는 재고가 많이 쌓여있어 파업을 하더라도 대비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업턴(Upturn)과 숏티지 상황에서는 재고가 없어 파업을 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상 관리와 파업 종료 후 라인 정상화에 드는 시간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 JP모건은 노조 의견을 수용시 추가 인건비 부담이 21조~31조원, 매출 손실은 약 4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단순히 실적 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신뢰도 훼손과 고객사 이탈,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업체들에게 글로벌 고객사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가동 중단은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수많은 중소 협력사들의 경영 악화로 직결된다"며 "결국 국가 경제 지표 전반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한 '긴급조정권' 발동 등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사과로 노조 측에서도 향후 대응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졌다. 노조는 이재용 회장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진전된 안건이 없다면 파업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나선 상황에서 무리하게 파업을 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청와대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직접 나서고 있어 노조에서도 파업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에 파업 전에 최대한 서로간의 입장을 좁히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양측은 18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에서 2차 사후협상을 재개할 예상이다. 사측은 노조의 요청에 따라 교섭위원을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으로 변경했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인사 최고 담당자로 교섭위원이 변경됐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삼성전자 임금 협상 회의록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에게 연봉의 607% 수준에 달하는 성과급을 제시했다고 한다. 반면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에는 50~100%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의 사과 내용을 확인했다. 직원들이 회사와의 신뢰가 깨졌고, 조합에 가입했고 DS 부문의 경우 85% 가입으로 사실상 모두 노조원이며, 직원"이라며 "신뢰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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