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보험업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유력한 원매자로 분류된다. 오히려 보험 포트폴리오 경쟁력 열위를 만회하기 위한 인수 의지는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방향성과 별개로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예별손보를 포함해 시장에 나온 주요 매물 상당수가 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변동성, 지급여력(K-ICS) 비율 부담 등 건전성 이슈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단순 가격 매력뿐 아니라 중장기 자본부담, 그룹 내 시너지, 통합 이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인수 대상을 추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이달 중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 후보자 물색에 착수한다. 앞서 JKL파트너스 역시 경영진 개편을 단행하며 롯데손해보험 매각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외에도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악사손해보험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한국투자금융지주, JC플라워와 함께 예별손보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실사 초기부터 중도 포기 가능성이 거론됐고, 결국 전략적 철수로 무게가 기울며 시장 기대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하나금융의 M&A 기조가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에 있었던 만큼 예별손보는 애초부터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매물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별손보 인수의향서 제출은 탐색전 또는 스터디 차원의 참여 성격이 강했다"며 "조건에 부합하는 매물이 나올 경우 언제든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럽게 KDB생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3년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인수를 포기한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에는 보험업 강화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취약한 자본구조와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결정적 포기 요인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일부 달라졌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 데 이어 추가 유상증자도 예고된 상태다. 과거 발목을 잡았던 재무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면서 재검토 여지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하나금융의 실제 전략 축이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 쪽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계열사 간 경쟁력 격차가 손보 부문에서 더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하나손해보험은 2020년 인수 이후 적자 구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나손보가 청라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두고, 향후 손보사 M&A 및 통합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손보사 매물 가운데서는 롯데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롯데손보는 오랫동안 매물로 거론되며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이 잠재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때 신한금융의 인수설이 돌았지만 사실무근으로 나타난 바 있다.
관건은 인수가격이다. JKL파트너스는 한때 2조원 이상의 가격을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금 회수 압박이 맞물리며 눈높이를 상당폭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시장에서는 롯데손보 매각가를 두고 1조원 안팎 수준까지 거론된다. 이 경우 하나금융뿐 아니라 타 금융지주 역시 검토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가격대라는 평가다.
다만 실제 거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적지 않다. 매물은 넘치지만, 자본부담까지 감안했을 때 '살 수 있는 매물'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인수가격 및 리파이낸싱 비용 등을 감안하면 (거래가격이) 최소 1조2000억~1조5000억원 수준은 돼야 손익분기점이 맞는다"며 "1조원 초반대는 매력적이지만 현실화될지 아직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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