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약가를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춘다. 고령화에 따른 약제비 부담 증가와 신약 접근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고 제네릭 중심의 시장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산정률이 제약업계가 수용 가능하다고 알려진 수치보다 낮게 책정됨에 따라 향후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신약 가치 반영과 약가 관리 합리화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OECD 주요국 대비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적 관리 기전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현재 오리지널의 53.55% 수준인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를 단계적으로 45%까지 조정한다. 이는 제약업계가 수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48%보다 3%p(포인트)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가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진단에 따른 조치다. 또 자체 생동성 시험이나 원료의약품 등록(DMF) 등 기준요건을 미충족할 경우 적용하는 약가 인하율을 기존 85%에서 80%로 조정한다.
이에 더해 필요 이상의 제네릭 등재를 억제하기 위해 동일 성분 제제 13번째 품목(기존 20번째)부터 계단식 약가 인하를 적용한다. 인하율은 직전 최저가의 85%를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더불어 기존 의약품들도 등재시점 기준 그룹별로 나눠 개편된 산정률에 맞춰 연차별·단계적으로 약 10년간 약가를 조정한다. 다만 기존 가산적용 약제를 비롯 퇴장방지·저가·희귀의약품, 수급 불안정 의약품, 기초수액제 및 방사선의약품 등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후관리 제도 정기화 및 주기적 평가도 이뤄진다. 수시로 시행되던 사용량-약가 연동 및 사용범위 확대 조정을 내년부터 상·하반기 연 2회로 일치시켜 기업의 경영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성분별로 품목수, 시장 구조, 주요국 가격 등을 종합 비교해 3~5년 주기로 약가를 평가하고 조정하는 기전을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 의존에서 벗어나 혁신신약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R&D 가치 창출에 대한 우대 방안도 마련했다.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먼저 연구개발 투자 실적이 우수한 혁신형 제약기업이 출시하는 신규 제네릭에 대해 약가를 60%로 우대해 적용한다. 특히 통상 1년이었던 약가 우대 기간을 '1+3년(최대 4년)'으로 확대한다. 추가 3년 연장은 해당 의약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경우에 적용해 국내 제조 기반 강화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사후관리 특례 역시 강화한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따라 약가가 인하될 때 혁신형 제약기업 약제는 인하율 감면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해 조정 폭을 완화한다.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에 따라 인하율이 4%로 결정될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은 2% 인하만 적용되는 방식이다. 또 신약개발 동력 강화를 위해 기 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 시 혁신형제약 기업에 한시적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 조기에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도 신설한다. 혁신형 인증은 없으나 매출 대비 R&D 비중이 높은(매출 1000억원 이상은 5%, 미만은 7% 이상) 제약사를 위해 별도의 우대 트랙을 마련해 50%의 약가를 부여할 계획이다. 또 준혁신형 제약기업에도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특례를 부여할 예정이다.
그 밖에 유연한 약가 계약을 위해 가칭 유연계약제를 도입한다. 등재 신약과 특허 만료 기등재 오리지널,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에 대해 약가환급제 적용을 확대·시행하는 동시에 여러 적응증에 효능을 보이는 약제를 대상으로 적응증별 가치를 평가·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종합적 개선 방안을 통해 우리의 약가 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보장성은 대폭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며 "더불어 연구개발·필수의약품 수급 안정 노력에 대한 보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인하율에 높게 적용됨에 따라 제약업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산정률은 8%p 낮아졌지만 실제 약가는 16% 가까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면서 제네릭 품목이 많은 제약사들은 단기적인 매출 및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판매대행업체(CSO)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 대한 파급도 클 전망이다. 약가 인하가 제약사들의 비용구조 개편으로 이어지고 결국 CSO와 CDMO 업체들로 전해지는 수수료율과 생산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형업체로의 쏠림이 뚜렷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약가 인하 이후 제약사들이 포트폴리오 재편 및 R&D 전략 수정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약가 인하를 감내하기 힘든 영세 제약사들이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M&A를 추진하는 등 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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