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광석 차장]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International Convention, 바이오 USA)'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현지시간 6월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70여 개국에서 약 2만명이 참가했으며 우리나라에선 1300여명이 방문, 3년 연속으로 최대 해외 참관 국가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이 단독부스를 차리고 글로벌 빅파마 및 바이오텍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를 비롯 기술이전 및 도입,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내기 위해 미팅 강행군을 이어갔다.
올 바이오 USA에서 가장 주목 받은 국내 기업 중 하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다. 행사 기간 중 영국 바이오텍 '오티모 파마(OTTIMO Pharma, 오티모)'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서 오티모의 항체신약 '잔키스토미그(Jankistomig)'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하게 됐다.
사실 계약 논의가 이번 바이오 USA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CMO 계약을 위해선 실사 등을 포함해 여러 단계의 협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계약 물량 또한 Jankistomig 1상 임상시험에 필요한 1배치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선 1배치 CMO 계약의 경우 30억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후계자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이 직접 체결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부사장은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계약 체결식 사진까지 촬영했다. 올해 대기업집단 순위 5위의 롯데그룹 후계자가 조 단위도 아닌 몇 십억 규모로 추정되는 계약에 얼굴을 비춘 셈이다.
신 부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재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과 맥락이 맞닿아 있어 보인다. 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외형과 내실이 모두 악화하고 있다. 그룹의 다른 핵심 축인 롯데쇼핑도 과열 경쟁 및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롯데가 바이오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스위스), 우시바이오로직스(중국) 등 글로벌 CDMO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 앞서가는 이들을 추격하고 그룹 내 미래 캐시카우로 자리 잡기 위해 작은 트랙 레코드(실적) 하나하나가 절실한 실정이다. 신 부사장 개인적으로도 잡음 없이 왕좌를 이어 받으려면 외부로 보여줄 가시적인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신 부사장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바이오 USA 초반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에서 가장 열심히 잠재 고객사들을 맞이한 이도 신 부사장이다. 비록 이번엔 작은 계약이지만 향후 해당 물질의 임상이 고도화되고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그룹이 거둘 수익은 최소 지금의 몇 십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다'라는 성경 구절을 빌려 롯데그룹, 신유열 부사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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