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뱀띠 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는 세계 경제는 '차이메리카', '신냉전 2.0'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해 나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심화는 글로벌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 나갈 신임 CEO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령 기자] 롯데그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공들이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수장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설립 3년 차를 맞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새로운 사령탑으로 제임스 박 대표를 발탁하고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박 대표의 경우 직전 지씨셀 대표 재임 당시 성과 부진의 평가를 받았던 만큼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달 11일 제임스박 전 지씨셀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그 동안 자체적으로 신규 수주를 창출하지 못했던 만큼 CDMO 전문가인 박 대표 영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대표는 CDMO 분야에서 전문적인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66년생으로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대형 제약사를 거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글로벌영업센터 부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BMS 재직 당시 전임상 단계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100건 이상의 의약품 공정개발 및 품질관리(CMC)분야 실사에 참여해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사업개발활동을 총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맡아 7년 동안 약 55억달러(약 7조원) 상당의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인수한 시러큐스공장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285억원도 BMS의 CDMO 계약을 승계하면서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회사는 국내 생산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인천 송도에 바이오캠퍼스 1공장을 착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개의 메가 플랜트를 조성해서 총 36만리터(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CDMO 톱 10 진입 ▲2030년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과감한 목표도 설정한 상태다. CDMO사업에 특화된 박 대표를 수장으로 앉힌 부분도 이러한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임스박 대표 영입을 통해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턴어라운드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임직원들을 원활히 이어줄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임 대표이사는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수주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제임스박 대표가 지씨셀에서의 실적 부진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3년 박 대표를 영입한 지씨셀은 그를 주축으로 매출원 다각화를 꾀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실적이 후퇴했다. 실제 2022년 2361억원에 달했던 지씨셀의 매출은 지난해 1875억원으로 1년 만에 20.6%(485억원)가 줄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1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박 대표는 지씨셀 부임 이후 채 2년도 되지 못해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에 그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는 신규 수주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에 더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과의 호흡도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박 대표와 손발을 맞추며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제임스박 대표는 당초 지씨셀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신규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적을 옮긴 만큼 확실한 수주 성과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그룹이 4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꼽은 만큼 그룹 차원의 기대가 높다"며 "제임스박 대표의 성과는 롯데그룹의 성장은 물론 신유열 부사장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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