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국내 ELW(주식워런트증권)업계 1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를 벗어나 잠재력이 큰 해외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증권사 중 최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2019년 베트남, 2023년 홍콩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 거래소(IDX)에 구조화워런트(SW, structured warrant) 상품 11종을 상장했다. 구조화워런트는 국내 시장에서 ELW로 불리는 구조화상품의 한 종류다.
한국투자증권은 인니국영은행(BMRI)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 워런트 1억2000만주와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업체 안탐(ANTM)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 워런트 1억5000만주 등 11개 종목을 상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첫 구조화워런트 상품을 상장한 이후로 현재까지 총 60개의 구조화워런트를 발행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9월 처음으로 구조화워런트 상품을 주식시장에 도입했다. 파생상품 도입의 역사는 짧지만 향후 주식선물 및 옵션 등 다른 파생상품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일 거래대금은 17만 달러(2억3400만원)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한국투자증권과 MBS, RHB, CGS, KGI 등 5곳이 경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로컬 발행사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ELW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로,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홍콩과 인도네시아 워런트 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검증된 우수한 파생 트레이딩 시스템과 시장조성 역량을 기반으로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진출한 베트남 시장은 연간 거래대금이 20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이지만, 10여개 증권사가 경쟁 중이다. 작년에 진출한 홍콩 시장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7000억원이 넘는 큰 시장으로, 국내 ELW 시장이 위축되면서 다시 세계 최대 시장의 자리를 찾았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 UBS, 맥쿼리 등 글로벌 IB 등 15개 증권사가 진출해 있다.
과거 국내 ELW 시장은 홍콩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뜨거웠지만, 투기 수요를 우려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위축됐다. 한때 2조원을 넘어섰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현재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증권사들도 속속 시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 6월 KB증권이 ELW 신규 발행을 중단했으며,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지수형 ELW 발행을 멈췄다. 2010년 20여곳에 달했던 ELW 발행사는 이제 한국투자증권 1곳만 남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에도 ELW 294종목을 신규 상장했다. 코스피200·코스닥1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W 149종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홀딩스·네이버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W 145종목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거래 가능한 ELW 종목 수는 1200여개에 달한다.
다만 다른 증권사들 역시 신규 ELW 발행은 중단했지만, 라이선스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상장 종목은 유지 중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며 "아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파생상품 사업자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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