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3분기(7~9월) 회사채 시장은 유례없는 황금기를 보냈다. 통상 3분기는 휴가철과 반기보고서 제출 시즌이 겹치면서 발행이 뜸하지만 올해 3분기 발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조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 속에서 발행사와 투자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2024 딜사이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11조61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조8880억원(50.3%) 늘었다. 직전 분기(11조8130억원)에 준하는 발행 규모다.
이는 공모 수요예측을 거쳐 3분기 내 발행을 마친 일반 회사채(후순위채 포함) 기준이다. 하이브리드 성격인 신종자본증권은 제외했고,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금융채·자산유동화증권 등도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통상 3분기는 회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분기로 꼽힌다. 휴가철과 반기보고서 제출 시즌이 포함된 분기다 보니 보통 직전분기까지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채 발행량은 기관투자가의 지갑이 두툼한 연초나 2분기에 크고, 3·4분기로 갈수록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곤 한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 21조440억원 ▲2분기 12조4720억원 ▲3분기 7조7280억원 ▲4분기 3조6250억원 등 분기가 거듭할 수록 발행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올해 3분기의 경우 이례적으로 회사채 발행량이 증가했다. 이는 연말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기대감과 연관이 있다. 각종 변수가 발생하기 전에 자금 조달을 마치려는 기업의 니즈와 금리 인하 전 미리 회사채를 구입해 매매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의 공모채 발행 규모가 커 눈길을 끌었다. 업권별로 분류해봤을 때 보험업이 올해 3분기 회사채 발행에 많이 나선 것으로 집계된다. ▲교보생명보험(7000억원) ▲메리츠화재(6500억원) ▲한화손해보험(3500억원) ▲ABL생명보험(2000억원) ▲흥국생명(2000억원) 등이 줄줄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면서다. 이에 보험업권에서만 회사채 발행 규모가 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증권업종의 발행 규모가 1조1500억원으로 보험업종을 이었다. KB증권(5000억원)을 비롯해, 삼성증권(5000억원), 신한투자증권(3000억원), 키움증권(3000억원) 등이 회사채 발행 행렬에 합류했다. 이같은 회사채 흥행 열기는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사로 분류해보면 올해 3분기 중 회사채 가장 많은 발행한 그룹은 포스코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퓨처엠(6000억원)을 시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3000억원), 삼척블루파워(1500억원)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했다. 포스코그룹은 연초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시장의 관심을 받은 기업이다. 포스코그룹은 금리인하 직전 회사채 시장에 등장해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5000억원)과 삼성증권(5000억원)이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간 연간 단위로 '회사채 최대 발행 그룹사'에 이름을 올린 SK그룹의 경우 올해 3분기 시장에서는 96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하는 데 그쳤다. ㈜SK 4500억원, SK에코플랜트 2600억원, SK어드밴스드 1000억원, SK지오센트릭 1500억원 등이다.
올해 3분기 발행량 급증에 비례해 증권사들의 주관 수수료 수익 역시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3분기 전체 수수료 수익은 3조2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8909억원(142.5%) 증가했다.
건수 대비 높은 수수료 수익을 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 꼽혔다. 주관실적 건수가 1건에 그쳤는데 반해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을 얻으며 눈길을 끌었다. 메리츠증권은 KDB생명보험의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단독 주관하면서 10억원의 주관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전체 수수료수익 중 메리츠 증권이 31.08%의 수수료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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