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는 연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출신 홍승일 대표가 2012년 7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연세대 화학공업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의사가 되고 싶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예비 의사 시절 공급자(의사) 중심의 의료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갖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환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등 의료 생태계 선진화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갖고 박기범 부대표 등을 포함한 대학원 동기들과 힐링페이퍼를 차렸다. 현재 홍승일 대표는 회사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창업한 홍 대표의 강남언니는 지난해 기준 이용자 수 500만명을 돌파하고 가입 병원 3000곳을 확보하는 성공을 거뒀다. 누적 후기 수는 125만건에 달한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과지만 이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힐링페이퍼 역시 어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창립 초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환자가 앱에 식사량, 운동량, 혈당 수치 등 생활 습관을 작성하면 주치의가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령층이 많은 만성질환자들의 특성상 주 사용자들이 앱 사용을 어려워하면서 이용률이 저조했다. 개발자의 의도는 좋았지만 막상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갑상선약의 적정량을 섭취하도록 돕는 앱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번에도 성과가 없었다. 환자들이 날마다 기록하는 행위를 힘들어하면서 회사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힐링페이퍼는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2015년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출시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1020세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과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의료법 제약이 적은 미용의료의 특징을 반영했다.
강남언니는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 등 비급여 병원의 의료광고, 후기 등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성형수술 견적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용자가 늘자 견적만 받고 병원을 찾지 않는 고객들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병원의 견적 제공이 소홀해졌다는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에 회사는 견적 비교 대신 병원 이용 후기 기능에 집중했다. 성형수술을 결심한 사람들은 최저가보단 얼마나 수술을 잘 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분석한 결과다. 비용보다는 병원 시설은 어떤지, 의사는 믿을 만한지 등의 정보 수요를 충족하고자 했다.
특히 포털 사이트에 산발적으로 올라오는 후기들과 달리 표준 양식을 정해 세부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격대, 병원 장비, 대기 시간, 이용 후기, 병원의 친절 정도 등 사용자들이 얻고 싶어 하는 정보들을 모아 앱의 편리성을 높였다.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 인기에 힘입어 2020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비상장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름 인기를 끌며 순항했지만 2020년 갑자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으면서 회사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외출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성형 시술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입국 제한으로 외국 환자들의 성형외과 방문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강남언니는 코로나19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2019년 일본 사용자에게 현지 병원의 의료광고, 후기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2020년 일본 현지 동종 서비스 '루쿠모(Lucmo)'를 인수했다. 힐링페이퍼의 해외 사업은 오늘날 강남언니가 '바비톡' 등 타 동종업계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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