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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상이냐, 따따블이냐
정동진 기자
2024.02.22 08:21:13
수요예측 가격발견 기능 무력화···적극적 제도 개선 필요해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14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ock market. (출처=FREEPIK)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공모주 시장이 또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소위 '리스크 없는 투자처'로 인식되면서다. 최근 기업공개(IPO)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투자손실에 대한 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어떤 기업이 상장 당일 따상(200%)이나 따따블(400%)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투자의 척도가 된다. 


뜨거운 열기 속에 올해 첫 대어급 공모주로 꼽히는 에이피알(APR)의 일반청약에는 약 14조원의 거금이 모였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청약 참여자 100명 중 6명만이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뉴스 포털에는 이미 에이피알이 따따블을 기록하면 주당 얼마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사로 가득하다.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몇년 간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는 주기적으로 과열과 냉각이 반복돼 왔다. 2018년에 상장한 티웨이항공을 비롯해 파멥신, 티앤알바이오팹 등의 주가는 줄곧 공모가를 밑돈 반면, 2020년 공모주 시장은 SK바이오팜이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가 2거래일간 지속되는 것)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신규 상장사 중 80%의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문제는 최근 기관 수요예측 기능의 마비가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241곳 중 239곳(99%)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 혹은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사실상 수요예측이 아니라 청약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여기저기서 밸류에이션에 기초한 투자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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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된 상장당일 가격 변동폭은 시장 과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변동폭 확대 전 상장한 51개 기업들의 상장당일 주가 상승률은 약 41%수준이었으나, 변동폭 확대 후 상장한 82개 기업들의 상승률은 약 66%에 달하고 있다. '따상상'등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변경된 제도가 되려 '따따블'이라는 새로운 과열의 기준을 만들며 상장당일의 주가변동성만 키운 셈이다.


일부 시장참여자들은 최근 공모주 시장의 과열 이유를 일시적인 수급 쏠림 현상에서 찾거나, 단기적 차익 실현에 급급한 일반 투자자들의 미성숙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공모 시장의 과열이 단기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수년 째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만큼, 외부적 요인보다는 시장 과열 방지를 위한 제도 자체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제도에서 책임을 찾는 이유는 명백하다. 단 한 번의 기관 청약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벤처기업 상장 시 특정 가격대에 청약이 몰리면 단계적으로 공모가를 조정하는 등 적정 기업가치 발견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만, 홍콩 역시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최종적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등 신중한 과정을 거친다. 


또한 미국 나스닥의 경우 아이피오 크로스(IPO Cross) 제도를 통해 최대한 많은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됐을 때 해당 가격을 시초가로 설정하는 등 기준가격 설정 방식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만약 정규시장 개장 전까지 균형가격에 도달하지 못하면 단일가매매를 통해 기준가 설정에 필요한 시간을 연장한다. 상장당일 시가 제한폭이 없음에도 우리나라처럼 300%가 오르는 등 비현실적인 상승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다.


워렌 버핏은 과열된 시장을 두고 투자자들에게 "썰물이 오면 누가 옷을 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게 된다(It's only when the tide goes out that you discover who's been swimming naked)"고 조언했다. 시장의 열기가 식고 나서야 비로소 기업들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며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의 공모주 열기가 식으면 또 다시 수많은 공모주 투자자들이 시장에 발가벗겨진 채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IPO 시장의 가격 발견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투자를 오롯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긴 다소 가혹하다.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 조성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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