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SM그룹 계열사 케이엘홀딩스가 그룹사와 맺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경색·상환압박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보유 중인 대한해운 주식을 SM계열사에 담보로 제공해 돈을 마련한 데 더해 통상적인 주식담보대출 계약에선 문제가 됐을 담보유지비율 미충족 위험도 아랑곳 않는 까닭이다.

현재 대한해운의 2·3대 주주인 케이엘홀딩스와 티케이케미칼은 손에 쥔 대한해운 주식(8563만주) 가운데 76%(6577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1063억원 규모의 대출을 일으켰다. 계열사별로 티케이케미칼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한해운 주식 1552만주를 맡기고 200억원을 차입했으며 케이엘홀딩스는 5025만주를 담보로 제공, 86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케이엘홀딩스와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한 차입 주체다. 케이엘홀딩스는 티케이케미칼과 달리 ▲삼라마이다스 ▲에스엠상선 ▲에스엠하이플러스 ▲대한상선 등 SM그룹사와만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결정이 대출계약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주(貸主)가 증권사일 경우 담보물의 유지비율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케이엘홀딩스는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터라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어려워서다.

케이엘홀딩스는 이러한 구조 덕분에 실제 적잖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최근 대한해운의 주가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에도 금전대여 관계가 원활히 유지되고 있단 점에서다. 예컨대 이 회사는 에스엠하이플러스와 301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할 당시 담보비율을 120%로 설정했다. 담보로 제공된 대한해운의 시가가 대출액대비 최소 20% 이상 높아야 한단 얘기다. 

하지만 20일 종가기준 대한해운 주가(2270원)로 계산한 담보주식가치는 360억원으로 유지비율 대비 담보가치가 0.5%포인트 낮은 상태다. 에스엠상선과 맺은 계약 역시 이와 결을 같이 했다. 대출원금 280억원에 대한 담보유지비율을 130%로 설정했는데 현재 담보제공주식가치는 원금 대비 129.4%로 집계됐다.

대한해운의 주가 하락과 별개로 케이엘홀딩스와 SM계열사 간 자금거래 형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에스엠상선의 경우 연초 케이엘홀딩스와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에서 담보유지비율을 기존 120%에서 130%로 상향했을 뿐 대출연장에는 동의했다. 담보비율 유지와 상관없이 계열사들이 케이엘홀딩스에 자금지원을 해준 셈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였다면 담보가치가 담보유지비율에 못 미쳤을 시 차주에 상환을 요구하거나 해당 주식을 반대매매하는 식으로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SM그룹의 경우 금융계열사로부터 차입한 돈이 아니라 자금보충식으로 계열사가 지원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담보로 받은 성격인 터라 담보유지비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열사 간의 대여금 이자율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낮을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케이엘홀딩스는 SM그룹이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자체사업을 벌이진 않고 있으며 대한해운으로부터 인식하는 지분법이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