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지난 5월 코스피 8000 랠리에 힘입어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중위권 운용사 3곳은 오히려 시장 내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 곳 모두 순자산 성장 속도가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서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공통된 배경으로는 코스피 급등 장세에서 수혜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라인업 구성이 꼽힌다.
4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ETF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이 18% 성장하는 동안 한투운용의 ETF 브랜드 ACE는 12.2%, 한화운용 ETF 브랜드 PLUS는 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키움운용의 ETF 브랜드 KIWOOM은 17.5%로 시장 평균에 턱걸이했다. 5월말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507조3886억원으로 전월(429조7552억원) 대비 77조6334억원(18.0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6598포인트에서 8476포인트로 약 28% 급등했다.
5월 ETF 시장점유율 낙폭이 가장 큰 곳은 한투운용이다. 5월 말 순자산은 35조7251억원으로 전월(31조8332억원) 대비 3조8919억원 늘었지만 순자산 증가율은 12.2%로 시장 평균(18.1%)을 크게 밑돌았다. 시장점유율은 7.41%에서 7.04%로 0.37%포인트 하락했다. 순위도 4월 3위에서 5월 4위로 내려앉으며 KB자산운용(36조4156억원)에 역전당했다.
부진의 핵심은 해외 자산 쏠림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전체 ETF 상품 수 가운데 해외 기초자산 상품 비중이 60%에 달한다. 국내 기초자산 상품은 38% 수준이다. KB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의 국내 비중이 각각 79%, 74%에 달한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5월 코스피가 28% 급등하는 동안 국내 주식형 ETF로 자금이 집중됐지만 해외 라인업 중심 구조로 수혜가 제한됐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UM 1위 상품인 ACE KRX금현물(4조6500억원)은 5월 수익률 -0.66%를 기록하며 순자산규모를 소폭 끌어내렸다. 대표 상품인 ACE 미국S&P500(8.0%)과 ACE 미국나스닥100(13.6%)도 코스피 상승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화운용은 3사 중 순자산 성장률이 가장 낮았다. 5월 순자산은 13조760억원으로 전월(12조1647억원) 대비 9113억원(7.5%) 증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2.83%에서 2.58%로 0.25%포인트 빠졌다. 순자산 상위 상품들이 코스피 랠리 국면에서 역주행한 탓이다. 1위 PLUS 고배당주(2조6100억원)는 5월 수익률 -3.57%를 기록했고 2위 PLUS K방산(1조5000억원)은 -14.5%로 낙폭이 더 컸다.
라인업의 테마 쏠림 해소도 과제로 꼽힌다. 한화자산운용 ETF 중 배당·방산·우주항공 관련 상품을 합산하면 순자산 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반도체 강세장에서 소외되는 테마에 상품군이 집중된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키움운용의 하락폭은 한투운용과 한화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5월 순자산은 7조782억원으로 17.5% 증가해 시장 평균에 근접했으나 점유율은 0.006%포인트 내려앉았다. 다만 라인업 다양성 부족은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KIWOOM 200TR(2조4000억원)과 KIWOOM 200(9900억원) 두 상품이 전체 순자산의 47%를 차지하는 반면 채권형 상품 비중도 25.5%에 달해 코스피 랠리 수혜를 흡수할 테마·섹터 상품군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인 코스피 강세장이 지속되며 상위권 운용사 중에서도 국내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춰두지 못한 곳들이 부진한 모습"이라며 "ETF 시장의 특성상 선점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만큼 단기간 내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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