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대한조선이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SCC) 수주를 이어가며 호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유조선 시장의 구조적 쇠퇴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조선사들과의 기술력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데 더해 석유 소비 감소, 친환경 에너지의 확대에 유조선 발주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회사 측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을 대체 선종으로 낙점한 상태지만 트랙 레코드가 전무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는 평가다.
대한조선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0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8.5%, 27.8% 늘어난 826억원, 7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호실적은 회사의 SCC 시장 경쟁력 덕분이다. 특히 시리즈 건조 전략을 통해 건조 기간을 단축하면서 영업이익률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대한조선은 현재 글로벌 SCC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에 비해 선가가 10% 이상 높은데도 수주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연비에 있다. 대한조선의 선박은 일일 벙커C유 연료 소모량이 37톤(t)으로 중국에 비해 약 10% 적다. 이는 내수 중심의 수주에 그치는 중국 조선사들과 달리 대한조선이 유럽선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글로벌 SCC 발주량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과거 2000년대 중반 인도됐던 노후선들의 교체 소요 덕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에너지 공급 네트워크가 변화하며 톱마일이 증가한 것도 주효했다. 이에 따라SCC의 선가도 9000만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한조선도 올해 15척 수준으로 수주 잔고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유조선 시장이 정점을 찍고 구조적 쇠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조선사들이 구조설계 기술력에서 국내 조선사들을 맹추격하고 있고 석유 수요 감소, 친환경 에너지 확대로 유조선의 발주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결과적으로 대한조선도 유조선 사이클을 버틸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한조선은 VLGC, VLOC(초대형광탄운반선) 등을 대체 선종으로 낙점한 상태다. 사측은 올해 상반기 말이나 3분기 초까지는 해당 선종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마치고 실질적인 영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VLGC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운송하는 선박으로 최근 중동 전쟁의 여파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회사는 VLGC 영업 성과에 따라 큰 폭의 매출 신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VLGC의 선가가 1억1000만달러로 SCC보다 높다는 점은 물론 대한조선이 보유한 드라이 도크의 재원 상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VLGC를 최대 두 척까지 동시 건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측은 대체 선종 개발과 실적선 확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탱커 시황에 따라 도크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한조선이 VLGC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국내에서도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사들이 VLGC를 주력 선종으로 삼고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SCC 시장과는 대비되는 점이다. 트랙 레코드가 전무한 가운데 보수적인 선사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특히 이미 향후 3년치 일감을 확보한 대한조선은 이전처럼 짧은 건조 기간을 무기로 내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탱커선 시황이 꺾일 것을 대비해 VLGC와 같은 대체 선종을 개발해서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따져봤을 때 중형조선소에서도 VLGC 건조로 충분한 마진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객원교수는 "2030년 석유 소비가 정점에 이르고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글로벌 유조선 시장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체 선종 개발이나 다른 비즈니스를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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