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수협은행의 오랜 숙원인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인 증권사 인수 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아지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차기 선거 국면 대응에 조직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외부 시장 환경과 내부 추진 동력이 동시에 약화되면서 지주사 전환 전략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수협은행 내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지주사 전환 추진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협은행이 그동안 그룹 실적 대부분을 책임져왔지만, 은행업 중심 구조만으로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은 2030년까지 금융지주사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사실상 수협 전체 실적이 수협은행의 예대마진 중심 수익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업황 둔화나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시 그룹 전체 실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들이 증권·보험·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기반으로 수익 다변화를 강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수협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내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비은행 사업 확대와 금융지주 전환 작업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트리니티자산운용(현 Sh수협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 확장의 첫 단추를 끼웠다. 당시 시장에서는 수협이 종합금융그룹 전환을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에는 애큐온캐피탈 인수 참여 가능성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에서는 금융지주 체제 안착을 위해서는 결국 증권사 확보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적합한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협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이면서도 지주사 전환 이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알짜' 중소형 증권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최근 증시 강세로 증권사 몸값까지 높아지고 있어서다. 코스피 상승과 거래대금 확대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증권업종 전반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잠재적인 매물이 나오더라도 수협의 현재 자본력으로는 인수를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수협은행이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수협은행은 지난해 9월 트리니티자산운용을 200억원 중반대에 인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기 쉽다"며 "수협 입장에서 원하는 가격 조건으로 추진할 수 있는 M&A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외부 환경 변화보다 더 뼈아픈 문제는 조직 내부의 온도 차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은행업 중심 수익 구조의 한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지만, 경영진 차원에서는 당장 현안 대응과 조직 안정 관리에 우선순위가 쏠려 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제기된다.
현재 수협중앙회를 이끌고 있는 노동진 회장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로, 올해 말부터는 차기 회장 선거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학기 수협은행장 역시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르면 8월부터 행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는 등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은 대규모 자본 투입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수반되는 만큼 최고경영진의 강한 추진 의지와 장기 전략이 필수적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선거 일정과 인사 이슈 등 단기 현안이 부각되면서 중장기 성장 전략 논의의 우선순위가 다소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협중앙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무진의 절박한 위기 의식을 수뇌부가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조직의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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