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헥토그룹이 결제·지갑·플랫폼을 한 축으로 묶으며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기본 골격을 갖췄다. 헥토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헥토파이낸셜의 결제·정산망과 헥토월렛원의 디지털자산 지갑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조다. 미국에서 페이팔(PayPal)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페이팔유에스디(PYUSD)를 결제 서비스와 접목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망을 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은행 51%룰'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 결제망·지갑 묶은 헥토, 유통 인프라 선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헥토파이낸셜은 지난해 서비스 매출 가운데 PG는 921억원, 간편현금결제는 415억원, 가상계좌는 225억원을 기록했다. 헥토파이낸셜은 간편현금결제와 가상계좌, PG, 펌뱅킹 등 결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수단에 쓰이게 될 경우 필요한 결제와 정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갖춘 셈이다.
지갑 영역은 헥토월렛원이 맡는다. 헥토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헥토월렛원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헥토월렛원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와 블록체인 지갑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헥토이노베이션 사업보고서상 계열회사 간 출자현황에서도 헥토월렛원 지분 47.15%가 확인된다. 결제망을 가진 헥토파이낸셜과 지갑 기술을 가진 헥토월렛원이 연결되면 스테이블코인 보관, 전송, 결제, 정산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회사 측 구상도 이 구조와 맞닿아 있다. 헥토이노베이션은 월렛, 결제, 플랫폼이 연결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를 추진하고 있다. 헥토월렛원은 국내 VASP 기업 약 40%가 인프라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헥토파이낸셜은 서클(Circle)의 글로벌 결제·정산 네트워크인 서클 페이먼트 네트워크(CPN)에 합류해 국경 간 정산 인프라를 확보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헥토그룹의 방향성은 더 선명해진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이 2023년 페이팔유에스디(PYUSD)를 출시했다. 페이팔유에스디는 달러 예금과 단기 미국 국채 등으로 뒷받침되며 1대1 달러 상환을 전제로 설계됐다. 다만 발행사는 페이팔이 아니라 팍소스 트러스트 컴퍼니다. 페이팔 사례는 결제 플랫폼 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더라도 결제 서비스와 결합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헥토그룹 역시 발행 주체 여부와 별개로 결제·정산 인프라 사업자로 시장에 참여할 여지가 있다.
◆ 51%룰 변수…발행보다 인프라 사업 무게
다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두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정치권, 핀테크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발행 법인에서 은행이 50%+1주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이른바 '은행 51%룰'이다. 한국은행은 통화 안정성과 지급결제 질서를 이유로 은행 주도 구조를 선호하는 반면 핀테크·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비은행 기업의 혁신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51%룰이 실제 제도에 반영될 경우 헥토그룹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결제망과 지갑 기술, 플랫폼 운영 능력을 모두 갖췄더라도 단독 발행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은행이 과반 지분을 쥔 컨소시엄이 기본값이 되면 헥토그룹은 발행 주체보다 결제·정산·지갑 인프라 제공자로 역할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발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갑 보관, 이용자 결제, 가맹점 정산까지 이어지는 인프라가 붙어야 실제 시장이 열린다. 헥토그룹의 강점도 이 지점에 있다. 헥토파이낸셜이 결제·정산망을 맡고 헥토월렛원이 지갑 기술을 담당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별개로 유통 인프라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헥토그룹 입장에서는 글로벌 사업과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제도가 늦어지더라도 CPN을 활용한 해외 정산, B2B 결제, 글로벌 플랫폼 가맹점 대상 서비스는 별도로 추진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장은 은행 중심 규제 여부에 따라 진입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헥토그룹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국내에서는 규제 적응형 인프라 사업, 해외에서는 정산망 확장 사업으로 나뉘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발행 주체뿐 아니라 결제와 지갑 인프라를 누가 제공하느냐가 함께 봐야 할 쟁점"이라며 "은행 중심 구조가 되더라도 실제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는 핀테크 기업의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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