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정기 신용평가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신용도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석유화학·건설 업종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과 재무여건 개선이 쉽지 않아 강등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최근 시장은 미·이란 갈등 장기화로 금융비용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부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2026년 정기신용평가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포스코이앤씨(A+, 부정적)와 대우건설(A0, 부정적)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주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받은 상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과 미분양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규모 손실까지 반영되면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주요 건설사를 대상으로 정기신용평가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은 이미 부정적 전망이 부여된 만큼 이번 정기평가 시즌에 실제 등급 강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포스코이앤씨, 안전사고·현금흐름 악화 '이중 부담'
시장에서는 포스코이앤씨를 이번 정기평가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3대 신평사 모두로부터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재무지표 상당수가 신평사 하향 트리거를 이미 충족한 데다, 안전사고와 공사 중단 여파까지 겹치며 사업 경쟁력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장기 미회수 채권 대손 반영과 국내외 현장의 추가 원가 투입 영향으로 지난해 382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안산선과 폴란드 EPC(설계·조달·시공)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전국 103개 현장의 공사 중단과 원가 반영이 겹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특히 신안산선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규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건설안전특별법' 적용 시 매출액 최대 3% 수준 과징금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복된 안전사고가 평판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신규 수주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의 주요 하향 트리거로 '영업이익률 3% 미만' 또는 '부채비율 150% 이상' 지속 여부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채비율 150% 이상'과 '순차입금/EBITDA 1.5배 이상'을, 나이스신용평가는 'EBIT/매출액 4% 하회'와 '부채비율 150% 이상'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2025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8073억원으로 확대됐다. EBIT/매출액은 -6.5%, 부채비율은 172.5%를 기록했다. 순차입금/EBITDA 역시 -2.1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신평사들이 제시한 관리 기준 상당 부분을 이미 충족한 셈이다.
현금흐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공사 원가 추가 발생과 분양 부진, 공사 중단에 따른 대금 청구 지연 등이 겹치며 지난해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은 946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척블루파워와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로 등 일부 비주택 현장에서도 운전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안정성 저하 흐름도 뚜렷하다. 순차입금의존도는 전년 말 -0.3%에서 지난해 말 9.7%로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추가 손실 반영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즉각적인 등급 하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부채비율 150% 이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26년 이후 채산성이 양호한 현장 비중 확대에 따라 원가율 개선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다.
◆대우건설, 미분양·해외현장 손실에 재무부담 확대
대우건설 역시 대규모 손실 반영 이후 재무안정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546억원, 영업손실 8154억원, 당기순손실 91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손실은 국내 미분양 아파트 및 수익형 부동산 현장과 관련한 약 5950억원 규모 대손비용과 해외 부문 예상 추가 원가 약 6604억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2025~2026년 준공 예정 미분양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대손 인식이 집중됐다.
해외 부문에서는 이라크 침매터널(약 2170억원), 싱가포르 도시철도 J109(약 2147억원), 나이지리아 NLNG T7(약 1550억원) 등에서 추가 원가를 일시에 반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주요 하향 트리거로 '순차입금/EBITDA 3.5배 이상'과 '부채비율 200%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 지속'과 '순차입금의존도 20% 초과'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4.5%로 전년 말 192.1% 대비 급등했다. 자본 규모 역시 같은 기간 4조3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다만 순차입금/EBITDA는 -2.6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기준에서는 일부 방어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건설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4629억원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13.6% 수준으로 20% 기준을 하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빅배스(Big Bath)를 통해 잠재 손실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순차입금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현 한국신용평가 기업2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건설업은 2022년 이후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구조적 제약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며 "원가율은 일부 개선됐지만 미분양 관련 대손, PF 손실, 충당부채 등이 반복적으로 반영되면서 이익 회복이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행기준 회계와 선분양 구조는 손실 인식을 지연시키는 특성이 있다"며 "준공 시점에 누적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빅배스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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