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IBK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단일 콘텐츠 투자로 원금을 크게 웃도는 수익을 실현하면서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흥행 성과가 브랜드 인지도 제고로까지 연결되면서 향후 콘텐츠 투자 확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메인 투자자로 참여한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는 누적 관객 수 15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영화의 순제작비는 약 100억원,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손익분기점(BEP)은 관객 수 260만명 수준으로 개봉 초반 이미 투자금 회수를 마친 뒤 추가 매출이 대부분 이익으로 누적되는 구조다.
기업은행은 이 영화에 1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현재 관객 추이를 반영한 예상 회수액은 약 35억원으로, 원금을 제외한 순이익은 약 25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예상 수익률은 250%에 달한다. 현재 추세라면 2014년 '명량'(1761만명)이 세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 기록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업은행이 거둬들일 수익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단발성이 아닌 장기간 축적된 투자 데이터와 심사 역량의 결과라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2012년 문화콘텐츠금융팀을 신설한 이후 13년간 관련 투자 경험을 축적해왔다. 연간 투자액도 2023년 312억원, 2024년 408억원, 2025년 549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는 총 16편인데, 기업은행은 '명량', '기생충', '파묘'를 포함해 이번 작품까지 총 12편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했다. 흥행 영화 4편 중 3편꼴로 기업은행 자금이 들어간 셈이다.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기업은행의 심사 역량과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 결정은 시나리오 완성도, 장르, 관람등급 등을 정량 평가한 뒤 감독·배우의 흥행 이력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흥행 가능성과 손익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심사 체계가 특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왕과 사는 남자는 시나리오 완성도,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서사, 검증된 제작진 참여 등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영역도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기업은행은 기존 영화·드라마 중심에서 벗어나 뮤지컬, 공연, 전시 등 비영상 콘텐츠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투자 규모는 3935억원이며, 대출 지원 9조8942억원을 포함한 투·융자 실적은 10조2877억원에 달한다. 올해 역시 뮤지컬 '램피카' 등을 포함해 5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확장은 단순한 투자 다변화를 넘어 수익 구조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에서는 문화콘텐츠 투자가 수익성과 브랜드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예대금리차에 의존하는 기존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비이자익익도 확대할 수 있다. 또 극장 매출 외에도 OTT·해외 판권 등 2차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성공 시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은행 역시 중소기업 대출 중심의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핵심 과제로 설정해왔다. 문화콘텐츠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콘텐츠 투자는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작품성과 수익성을 갖춘 콘텐츠를 발굴·투자해 K-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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