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7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제시한 유통주식 수 감축 약속을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2024년 말까지 유통주식 수를 5억 주 미만으로 낮춘다는 중간 목표는 달성했다.
최종적으로 2027년 말까지 유통주식 수를 4억5000만주로 낮춘다는 게 신한금융의 목표다.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한 만큼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와 수익성 제고 등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통 주식 수는 4억9986만주로 2023년 말 5억1275만3000주와 비교해 1283만3000주 감소했다. 당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중간 목표로 잡았던 2024년 말 5억주 미만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자사주 매입에만 모두 7000억원을 사용했는데 올해는 모두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연간 실적발표 자리에서 매년 1조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라는 기본 방침은 그대로라고 확인했다. 우선 상반기에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하는 방안은 이사회를 통과했다.
시장도 신한금융이 올해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한금융의 자본비율과 주주환원은 예상 수준에 대체로 부합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약 5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안이기도 하다. 다른 금융지주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만큼 목표가 구체적이지는 않다.
신한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7년까지 ROE(자기자본이익률) 10% 달성, 주주환원율 50% 달성 등과 함께 유통주식 수 감축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3조원 이상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2024년 말 5억주 미만, 2027년 말 4억5000만주까지 유통주식 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신한금융이 이처럼 자사주 매입·소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5년 전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와도 연결된다. 이로 인해 주식수가 대거 불어난 점이 주가 상승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과 2000년 사모펀드 대상으로 모두 1조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식 수도 약 5500만주 증가했다. 주식 수가 많아지면 주당순이익(EPS)은 줄어드는 만큼 주가에 부정적이다.
신한금융 역시 많은 주식 수가 주가 및 주당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봤다. 신한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시가총액, BV(지배주주자본), TBV(지배주주자본-무형자산) 등 측면에서 다른 금융지주보다 우위에 있거나 비슷한 경우에도 주식 수가 많은 탓에 주가와 주당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부분 금융지주가 밸류업 기대감에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규모와 총주주환원율이 비슷한 KB금융과 비교하면 KB금융 주가가 54.6% 상승하는 동안 신한금융은 21.1% 높아지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이 자사주 매입·소각 행진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과제로는 수익성 제고와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등이 꼽힌다. 당장 추가 자사주 매입에만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한데 이익이 충분히 나야지만 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결의분(1500억원)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말까지 예상되는 신한금융의 추가 매입 주식 수는 취득가격 5만700원을 기준으로 약 1282만주다. 2027년 말까지 유통주식 수를 4억5000주로 감축하기 위해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주식 수는 3618만주로 취득가격 5만700원 기준 1조8343억원이 필요하다.
CET비율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자사주 매입은 분자인 자본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CET1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순이익을 늘려 이익잉여금을 늘리면 자본은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의 CET1비율은 13.03%다.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2.0%)을 웃돌지만 KB금융(13.51%), 하나금융(13.13%) 등과 비교하면 낮다. 환율 상승 등 추가 하락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에 있어 궁극적으로 주주환원율과 이익체력을 모두 제고하는 것이 핵심인 상황"이라며 "최근 자사주를 통해 주주환원에 대한 강한 의지는 확인된 만큼 향후 관건은 비은행 자회사의 정상화 여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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