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홀딩스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지 10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그룹 지배구조의 고삐를 조이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계열사인 한솔로지스틱스 지분 매수에 나서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내 시장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동시에 한솔홀딩스에 앞에 '3세 승계'와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묵직한 과제들이 여전히 뒤따르고 있다. 딜사이트는 한솔홀딩스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범삼성가(家)인 한솔그룹 오너 3세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이 2년여 만에 주식 매입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한솔홀딩스로 적을 옮기고 경영수업에 매진해온 데 이어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조성민 부사장, 차입금 조달해 주식 매입…'아버지' 조동길 회장 연대보증 지원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성민 부사장은 지난달 18~22일 한솔홀딩스 주식 42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조 부사장이 보유한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종전 3%에서 4%로 확대됐다. 조 부사장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9억6794만원을 주식 매입에 사용했다.
조 부사장의 주식 취득은 아버지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지원사격했다. 조 회장은 조 부사장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한솔케미칼 지분 3만5479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 담보 대출 연대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아들의 지주사 주식 매수를 지원한 셈이다.
조 부사장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은 2년 전과 유사한 양상이다. 앞서 조 부사장은 2022년 7월~8월에 걸쳐 총 94만500주를 사들인 바 있다. 당시에도 조 회장이 한솔케미칼 지분을 담보로 출연해 조 부사장의 주식 매입을 도왔다.
특히 조 부사장이 한솔홀딩스로 승진 복귀한 이후 지분 확보에 나선 만큼 승계 작업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조 부사장은 2023년 10월 정기 인사에서 한솔홀딩스 부사장으로 임명됐는데 직전까지 한솔제지 친환경사업 담당 상무로 근무했다. 2019년 한솔홀딩스에서 한솔제지로 한 차례 이동한 지 4년 만에 영전해 돌아온 셈이다.
최근 들어 조 부사장이 경영 승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조 부사장의 매형인 한경록 부사장이 한솔제지 신임 대표이사로 등판하면서다. 매형이 주력 계열사 살림을 도맡아 조 부사장을 보조하며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조 부사장은 지주사 사업지원팀장으로서 그룹 신사업 발굴 등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지분율 확대·이사회 입성 '과제'
조 부사장이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 부사장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산운용사 키지코스 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2016년 9월 한솔홀딩스에 입사했다. 2019년에는 한솔제지로 자리를 옮겨가 수석, 상무직을 거친 뒤 지난해 입사 7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승진에 비하면 승계 속도는 더딘 편이다.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4%에 그치는 반면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 17.23%를 보유 중이다. 한솔그룹 부자 간 지분을 단순 비교하더라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를 지배해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사회 입성'이라는 중요 과제도 빼놓을 수 없다. 조 부사장은 아직까지 미등기 상근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등기 임원의 경우 이사회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그룹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그룹 오너 일가 중 한솔홀딩스 이사회에는 조동길 회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 부사장은 한솔그룹을 이끌 차기 경영자라 할 수 있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의 장녀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도 경영에 참여 중이지만 두 사람의 경영 영역은 명확히 나뉘어져 있다.
오너 3세들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한솔그룹 특유의 '한 지붕 두 가족' 경영구조가 깔려 있다. 한솔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1991년 한솔제지(옛 전주제지)를 분리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이 고문은 2002년 막내아들 조동길 회장에게 한솔제지와 함께 그룹 총수직을 물려줬고 자연스레 장남 조동혁 회장은 한솔케미칼을 전담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한솔그룹은 2015년 지주사 전환에 나서며 또 한번 변화를 맞이했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자 한솔제지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한솔홀딩스를 지주사로 두고 한솔제지를 핵심 계열사로 거느리는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성민 부사장의 한솔홀딩스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은 없다"며 "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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