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신약개발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했다. 금융감독원 요구에 증권신고서 내 일부 내용을 추가·정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IPO 시장에 온기가 돌며 그간 외면받았던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흥행에 성공하는 점은 기대를 키우는 요소지만, 지아이이노베이션에는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오는 21~22일 이틀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기관 수요예측을 내달 15~16일로 연기했다. 일반 공모청약 역시 3주가량 순연됐다. 총 공모주식수(200만주)와 공모가 희망밴드(1만6000~2만1000원) 등은 기존과 같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증권신고서 정정작업은 사업내용 구체화 등이 주를 이뤘다. 먼저, 회사는 주력 파이프라인 GI-101(면역항암제)과 GI-301(알레르기 치료제) 개발 현황을 상세화했다. 현재 두 파이프라인은 각각 국내·미국에서 임상 1/2상,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GI-101은 미국 MSD,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임상개발을 추진하는 상태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등 임원 겸직 현황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크리엑티브헬스 등 4곳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지놈앤컴퍼니가 지아이이노베이션 자회사인 지아이바이옴과 사업 전략이 유사해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달 말 지놈앤컴퍼니 이사직을 조기 사임했다.
재무상황에 관한 내용도 추가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기초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 등)으로 64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체결한 2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으로 유입되는 현금과 후속 성과 등은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제외했다. 올해 현금유출 예정 규모 604억원을 고려했을 때 공모자금 없이도 자체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공모자금 306억원이 유입되면 이를 전부 올해 사업에 사용, 현금유출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 우려를 일부 해소한 데다 최근 이노진과 바이오인프라 등 바이오 기업들의 공모흥행이 이어지는 점을 들어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에게는 최근 온풍이 부는 IPO 시장 분위기가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먼저, 공모흥행에 성공한 이노진과 바이오인프라는 각각 헬스케어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약개발 기업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기업가치 책정방식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 등 여전히 약점이 노출된 점도 부담이다. 회사는 2024~2025년 추정 순이익(각각 926억원, 471억원)의 현가(381억원)에 비교기업 5곳의 주가수익비율(PER) 22.36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이 중 한미약품(39.11배)과 동아에스티(25.27배)의 PER이 타 기업보다 월등히 높아 몸값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일부 임직원 퇴사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규모가 1만4000주 줄어 할인율을 0.03% 조정한 것 외에는 기업가치 책정방식에 큰 변화를 두지 않았다. 또, 기존주주들이 보호예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비중도 59.94%를 유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IPO가 공모흥행에 성공하고 있고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도 많아 초창기 우려와 달리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제약기업의 경우 임상 실패 등 변수도 많고 대다수 기업의 주가가 부진해 투자심리가 얼마나 회복됐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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