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의 본질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에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는 주총 시즌마다 기계적 찬성에 그치는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CEO의 직접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을 본격화한 배경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해 수탁자책임 이행 수준을 진단해본다.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순 반대 의결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직접 주주제안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코웨이와 DB손해보험 등을 상대로 이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한편 독립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압박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3월 열린 7개 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총 111건(총 주식 수 3억3415만주)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은 71건, 반대는 17건, 불행사는 9건으로 집계됐다. 비율로는 찬성 63.96%, 반대 15.32%, 불행사 8.11%였다. 전년 대비 찬성 비중은 14.71%포인트, 반대 비중은 2.01%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올해 의결권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적극적인 주주제안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다른 운용사들이 상법 개정 대응 과정에서 정관변경 안건에 집중한 것과 달리,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 선임 및 해임 안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실제 의결권 행사는 이사 선임 및 해임(44건), 정관변경(37건), 임원 보수(14건), 결산 및 배당(10건), 감사·감사위원 선임(5건), 기타(1건) 순으로 이뤄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단순 제도 변경보다 누가 이사회에 들어가 있느냐를 핵심 지배구조 문제로 판단했다. 저평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 관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사회 독립성과 지배주주 견제 기능 강화를 의결권 행사의 핵심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의결권 행사에서 단순 반대에 그치지 않고 주주제안을 통해 직접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코웨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코웨이 정기 주총 안건 29건 가운데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2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1월부터 코웨이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며 주주환원 확대, 자본구조 효율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해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대주주 넷마블 영향 아래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후보 추천 절차의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맞서 주주제안을 통해 독립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도 제안했다. 코웨이 최대주주인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양사 의장직을 겸직하는 구조가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한다고 본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코웨이에 대한 주주제안 다수는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수용하거나 중간지점을 찾을 수 있었던 사항들이었다"며 "자본배치 효율화와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발표할 때까지 주주관여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DB손해보험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반대 의결권 행사가 이뤄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남승형 사내이사(현 경영지원실장)와 정채웅·박세민·전선애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과거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사후적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사진이 DB아이엔씨·DB에프아이에스 등 계열사와의 대규모 IT서비스 수의계약 승인과 자사주의 사내근로복지기금 무상출연 등 총수일가 영향력 강화로 해석될 수 있는 안건에 지속적으로 찬성하면서 일반주주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사외이사들의 견제 기능 부재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관련 안건들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융감독원이 꾸준히 지적해온 거수기 이사회 문제를 언급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동시에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도 진행했고, 해당 안건은 실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DB손보는 보험업계 최초로 주주제안 이사를 선임하게 됐다. 또 다른 주주제안 안건이었던 내부거래위원회 재설치 정관변경안은 부결됐지만, 이후 DB손보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위원회를 재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덴티움에서는 이사 보수체계 개편을 위한 주주제안이 이뤄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기존 총액 중심의 이사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사내이사 기본 보수 한도를 8억원, 사외이사 기본 보수 한도를 4억원으로 설정하는 내용의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제안했다. 성과와 무관하게 기본급 중심으로 보수가 지급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안건은 찬성률 61%로 가결됐다.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관련 주주제안 안건이 통과된 것은 처음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창환 대표를 중심으로 의결권 행사와 주주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정기 주총 시즌에 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주행동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주주총회 의안에 대해 집합투자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수익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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