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행장단 진용이 윤곽을 드러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부행장단 임기와 연임 여부를 기존의 '2+1년' 관례가 아닌 개별 성과와 역할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부행장단에 대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박 회장 취임 이후 이 같은 관행이 더 이상 자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달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행장 9명 중 4명을 교체했다. 2+1년 임기를 모두 채운 양승원·이근환·주동빈 전 부행장이 퇴임했고, 기본 2년의 임기를 마친 서동호 전 부행장도 물러났다. 이 자리에 신승우·오재균·고병규·최혁수 부행장이 새로 선임됐다.
이 가운데 금융권의 시선은 서 전 부행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서 전 부행장은 2023년 12월 이봉희·박찬호 부행장과 함께 부행장단에 합류했지만, 같은 시점에 임기를 시작한 두 부행장이 연임 수순을 밟은 것과 달리 임기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봉희·박찬호 부행장이 차기 수석부행장(전무이사) 자리를 놓고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인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복규 수석부행장의 후임으로 이봉희 부행장이 상대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최종 인선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내부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동일한 시기에 부행장으로 선임됐던 인사 중 서 전 부행장만 연임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두고, 박 회장이 임기 관례보다 개별 성과와 역할 수행 결과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행장이 2+1년 임기를 채운 뒤 산은 자회사 대표이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인사는 자동 연임이나 후속 보직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박 회장 스스로 내부 사정에 밝은 만큼 사실상 이번 인사를 통해 성과 없이 자리만 지키는 임원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산은 내부의 공통된 평가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최근 단행된 산은 자회사 KDB생명 대표이사 인선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KDB생명 대표에는 지난 6일 김병철 수석부사장이 내정됐다. 김 수석부사장은 국내외 주요 생명보험사에서 영업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로, 지난해 3월 KDB생명에 합류한 이후 제3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서 전 부행장의 퇴임과 김 수석부사장의 KDB생명 대표 내정을 두고, 산은 내부와 자회사 인선 모두에서 기존 관례보다는 성과와 전문성을 중시하려는 인사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내부 출신 수장은 조직 이해도가 높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기존 인사 평가가 고착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며 "이번 인사는 내부 출신 수장 체제에서도 관례보다 성과를 우선하는 인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복규 수석부행장의 후임으로 이봉희 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성장부문을 담당할 부행장 인사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차기 수석부행장이 결정될 경우 해당 부문을 포함한 후임 부행장 인선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추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는 신혜숙 부행장이 신설된 국민성장펀드부문장을 맡으며 혁신성장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산은 공보팀 관계자는 "추가 임원 인사와 관련해 확정된 일정이나 내용은 공유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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