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가 주도하는 DCM(부채자본시장) 부문에서 점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더욱 치열해진 주관 경쟁 속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아직 비우량채 위주로 실적을 쌓는 단계지만, 대기업 회사채 인수단에 적극 참여하며 향후 주관 딜 확보를 노리고 있다.
◆ 주관 실적 2배 성장…비우량사 위주 레코드
4일 '2025년 1분기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DCM 부문 주관 실적은 1569억원을 기록, 전년(727억원) 대비 115.8% 성장했다. 딜 수임 건수 역시 8건에서 14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을 완료한 일반 회사채(선순위·후순위) 기준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DCM 등 전통 IB(투자은행)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한진(BBB+)과 AJ네트웍스(BBB+)가 발행하는 회사채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오는 21일 한진칼(BBB+)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대형 증권사들과 함께 공동 주관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유진투자증권이 주관한 채권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채(A+이하)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주관한 주요 딜만 봐도 ▲AJ네트웍스(BBB+) ▲한진칼(BBB+) ▲한진(BBB+) ▲대한항공(A-) 등 이었다.
이는 대형 증권사들이 우량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니 중소형사가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유진투자증권의 행보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DCM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한 만큼, 먼저 인수단으로 참여해 레코드를 쌓아 향후 주관 딜을 따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AA-급 이상의 우량채 인수단에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국항공우주(AA-) 회사채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고, 향후 LX인터내셔널(AA-) 딜에도 인수단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 비우량채 시장 분위기 악화는 변수…유진증권 "검증된 곳 중심, 문제 없어"
다만 최근 비우량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미매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올해 들어 SLL중앙(BBB), 이랜드월드(BBB) 등이 미매각을 기록했고, 심지어 하림지주(A-)조차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통상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주관사 및 인수단과 총액인수 계약을 맺는다. 이는 미매각이 발생하면 주관사와 인수단이 남은 물량을 책임지고 인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진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약 1조원으로, 대형 증권사 대비 인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매각 물량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비우량 기업이라도 재무 건전성이 검증된 곳을 중심으로 주관 및 인수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유진투자증권이 DCM 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중소형사 신분에도 단순한 비우량채 주관에 머물지 않고, 인수단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 주관 딜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유진투자증권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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