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롯데쇼핑이 공모 회사채(공모채)를 발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량한 신용도와 개선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발행을 예상하지만, 침체된 유통업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의 이번 공모채 흥행 여부가 유통업 투자심리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는 22일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과 3년물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하고 있으며, 발행일은 오는 29일이다.
이번 공모채 발행은 롯데쇼핑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시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약 15년 만에 단행한 자산재평가를 통해 토지 장부가액을 기존 대비 9조4665억원 증가한 17조7350억원으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190.4%에서 128.6%로 6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말 불거졌던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로 인해 높아졌던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데 긍정적 요인이라는 평가다. 특히 몇 년간 유통업의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주요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개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통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최근 홈플러스와 발란 등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으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유통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흐름도 아직은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9865억원, 영업이익 47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는 향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약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며 유통 사업 전반에 대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의 만연한 공세에 더해, 쿠팡의 선전으로 인해 유통시장 경쟁이 격화되자 롯데그룹의 한 축인 유통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시선은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동일 업종 내에서도 신용도와 수익 구조에 따라 투자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롯데쇼핑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과 수익 기반을 갖춘 기업인 만큼, 금리 조건이 합리적으로 설정된다면 무난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은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차환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이달 8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2800억원 규모의 단기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오는 5월 1000억원 규모의 CP 만기 외에도 6월(1400억원)과 7월(1600억원), 9월(2450억원)에도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한편, 롯데쇼핑은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유통업 내에서도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발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