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심두보 기자] ETF의 가격이 잘못 계산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ETF를 실제보다 더 비싸게 사는 사태가 발생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 사무관리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는 27일 저녁 자사가 관리하는 ETF의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을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배당금을 중복 계산하는 오류를 범했다. 즉, 이들 ETF iNAV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것이다. 이렇게 잘못 가격이 책정된 ETF는 27일 오전 내내 거래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 같은 사태를 파악한 유동성공급자(LP)들은 잘못 계산된 가격이 아닌 실제 가격으로 호가를 불렀으며, 이 때문에 ETF의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영향을 받은 자산운용사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있다. 반면, 한국펀드파트너스를 사무관리사로 사용하지 않는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자산운용은 이번 사태를 비껴갔다.
구체적으로 산출 오류가 발생한 ETF는 대략 160개인데, 이 중 71개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로 파악됐다. 절반 가까운 규모다. 다음으로는 ▲ KB자산운용(34개) ▲NH아문디자산운용(23개) ▲한화자산운용(18개) ▲키움투자자산운용(12개) 순이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TIGER 화장품, TIGER 200,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 TIGER 코리아밸류업, TIGER 2차전지테마, TIGER 2차전지소재Fn, TIGER 2차전지TOP10, TIGER 200 중공업 등은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들이다. 이 중에서 배당금이 많은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은 실제 iNAV보다 1% 이상 비싸게 거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도 원래 가격보다 1% 이상 높게 거래됐다. 이 ETF 역시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과 마찬가지로 고배당 ETF에 속한다. 또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200도 이번 사태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받은 영향이 큰 건 단순히 상품 개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무수탁사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 한국펀드파트너스(구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였다. 박현주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이 한국펀드파트너스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구조였다.
미래에셋그룹은 2021년 말 한국펀드파트너스의 경영권 지분을 사모펀드인 PTA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매각 후에도 미래에셋컨설팅은 한국펀드파트너스의 지분 29.9%를 보유하며 2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펀드파트너스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를 다수 관리한 건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오류는 ETF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책임 있는 대응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TF 거래 과정에 있어 미미한 괴리가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처럼 상당한 괴리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건 처음이다. 특히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한 투자자들이 발생했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피해 보상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펀드파트너스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류가 발생한 이유에 관해 답하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산출 오류를 겪은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아직 피해 규모를 가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를 확인한 후에야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사무수탁상의 1차적 오류가 원인이지만, 자산운용사와 LP도 내부적으로 자체 검증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향후 비슷한 상황이 재발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호가를 제시할 수 있게 2차, 3차 자체 검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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