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심두보, 노우진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국 대표 지수 ETF의 분배금이 급감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경쟁 ETF의 분배금은 직전 분기와 동일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3일 TIGER ETF의 1월 말 분배금을 공지했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기 분배금으로 45원과 70원을 안내했다. 이 같은 분배금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5.71%와 66.67% 감소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S&P 500과 나스닥 100처럼 500개 및 100개 기업을 묶은 ETF의 분배금은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미국의 우량 기업들은 매 분기 혹은 매년 분배금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향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그런데 TIGER 미국S&P500와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배금이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분배금 감소에 외국납부세액 개정이 영향?
이번 분배금 감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외국납부세액 개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분배금 감소에 관해 "기초자산으로부터 확보한 분배 재원이 줄어들기도 했고 외국납부세액 과세방법 개편이 적용되면서 분배금에 영향이 생겼다"며 "원칙에 맞춰 분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1월 1일부터 펀드 외부납부세액 공제 방법이 개편되었다. 펀드가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이 있는 경우 기존에는 국세청으로부터 펀드가 직접 환급을 받는 방식이었으나, 개편 이후에는 원천징수의무자(은행이나 증권사 등)가 투자자별로 외국납부세액 공제 금액을 산정하여 원천징수를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종적으로 받는 돈은 차이가 없는 셈이다. 기존에는 펀드가 환급받을 세금을 염두에 두고 펀드 분배금을 정한다. 반면, 개편된 제도에 따르면 펀드는 환급을 받지 못하므로 외국에 납부한 세금을 차감한 분배금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증권사 등 판매회사에서 기준에 따라 지급한다.
국내 빅 2 ETF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위와 같은 취지의 내용을 공지로 게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월 3일 공지에서 "최종적으로는 투자자가 실수령하는 분배금에는 기존과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운용사는 "운용사별로 어떤 분배금 산정 정책을 가지느냐에 따라 같은 유형의 펀드들끼리라도 분배금 및 분배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기초지수의 배당률만큼 원칙에 맞게 분배를 진행했으며, 펀드 운용상 효율적인 방법으로 4개 분기로 나누어 분배하기 때문에 4개 분기의 평균 분배율 수준을 봐야 한다"라며 "원칙에 맞지 않은 ETF의 과잉 분배는 장기수익률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분배금 규모 결정에는 회사의 재량이 영향"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S&P500, 특히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배금을 낮게 책정한 이유로 지목된 것은 '운용사의 내부 정책'과 '매니저의 판단'이다.
국내 A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딜사이트에 "ETF가 얼마의 분배금을 지급할지 결정하는 것은 해당 자산운용사의 정책이 반영된다"며 "포트폴리오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100% 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TIGER 미국나스닥100이 전년 동기보다 현저히 낮은 분배금을 준 것에 대해 "전 분기에 분배금을 덜 지급했으면 내부에 더 많은 현금이 있을 수 있다"면서 "반대로 이전 분기에 더 지급했으면, 이번에는 분배금을 낮춰 ETF 내 현금을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배금의 지급에는 ETF의 매니저, 그리고 회사의 방침이 반영되게 된다. 실제 TIGER 미국나스닥100의 투자설명서에는 '신탁재산에 포함되어 있는 주식, 현금에서 발생하는 배당 등의 배당수익을 집합투자업자의 판단에 따라 지급기준일을 기준으로 수익자에게 투자신탁분배금으로 현금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보유현금이 충분하지 아니하거나 추적오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보유현금을 분배하지 아니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집합투자업자가 판단하는 경우에는 투자신탁분배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 같은 내용은 타사 혹은 다른 ETF 투자설명서에도 동일하게 담겨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과거에도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분배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 이 자산운용사는 분배락일 기준 2022년 10월 28일에 자사의 나스닥 100 ETF의 분배금으로 45원(분배율 0.06%)을 지급한 바 있는데, 이는 분배율 0.06%에 해당한다. 동일한 분배락일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나스닥100의 분배금으로 15원을 책정했으며, 이는 0.12%의 분배율에 해당한다.
반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대체로 고른 분배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12개 분기 동안 ACE 미국나스닥100의 분기별 분배율은 0.12%~0.17% 범위 내에 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분기별 분배율의 범위는 0.05%~0.2%로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ETF 운용상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또 다른 B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규모가 큰 ETF 상품의 분배금이 임의로 삭감된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운용 측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시가총액은 각각 7조 7600억 원과 6조 6700억 원에 달한다.
◆들쭉날쭉한 분배율은 투자자 혼란 야기
그렇다면 분배금을 더 적게 받게 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투자자는 손해를 보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ETF에서 분배금을 지급하게 되면 딱 그만큼만 주가가 떨어지게 된다. 즉, 분배율이 0.5%라면 주가는 0.5%만큼, 분배율이 1%라면 주가는 1%만큼 하락하게 된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이든 ACE 미국나스닥100이든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발생된 배당금은 고스란히 ETF 내에 고여 있게 되며, 이 재원에서 분배금을 나눠주는 구조다. 자산운용사는 규정에서 정한 오차율 내에 머물면서 분배금을 얼마큼 지급해 나갈지 결정하게 될 뿐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일반적으로 0.5%~1% 내외의 추적오차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S&P 500 ETF와 나스닥 100 ETF처럼 미국 대표 지수를 추적하는 ETF가 들쭉날쭉한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평가받는다.

실제 S&P 500과 나스닥 100을 추종하는 대표 미국 ETF인 SPY와 QQQ는 장기 우상향하는 분배금을 장기간 제공하고 있다. 이 두 ETF가 특정 분기에 현저히 낮은 분배금을 준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TIGER 미국나스닥100 분배금 삭감 조치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네이버와 토스증권 등 여러 플랫폼의 종목 토론방에서는 "왜 분배금이 적게 들어왔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거래량 1등한다고 배당금을 용감하게 삭감했다"며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다른 데는 다 가만히 있는데, 공지 없이 세 토막 낸 게 문제"라며 "이건 신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세 토막은 이번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배금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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