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온시스템이 이사회 멤버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10배 증액할 계획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출신 경영진들이 합류하면서 기존 이사보수 한도로는 이들 보수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온시스템이 재무건전성 회복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의 이사 보수한도가 낮았던 것은 CEO가 이사회에서 제외돼 있는 집행임원제를 택했기 때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 이사 보수한도, 기존 5억원서 50억원으로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보수총액 한도를 늘릴 예정이다. 기존 5억원이던 이사 보수총액 한도를 50억원으로 증액한다는 구상이다.
한온시스템이 이사 보수총액 한도를 10배 늘리는 배경에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출신들이 한온시스템의 새로운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이사진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급여 한도가 상향 조정됐다는 관측이다.
실제 한온시스템은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수일 대표와 박정호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그룹 총괄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박종호 한국앤컴퍼니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박 대표 뿐 아니라 이수일 대표와 박정호 사장 역시 '한타맨'으로 불린다.
이수일 대표는 1987년 한국타이어 공채로 입사해 마케팅담당, 미국지역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에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한국타이어 각자대표를 맡은 뒤 2020년 단독 대표에 올랐다. 특히 한온시스템 PMI(인수 후 합병) 추진단장으로 추대되며 관련 M&A를 진두지휘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 식구가 된 한온시스템의 초대 CEO로 발탁됐다. 박정호 사장 역시 한국타이어에서 미주 마케팅담당, 아태중아부문장, OE(신차용타이어)부문장, 마케팅총괄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이수일 대표의 경우 지난해 전직인 한국타이어에서 보수로 30억원을 수령했다는 점이다. 이 중 9억원은 급여 명목으로 지급됐고 21억원은 상여금에 해당한다. 지난 2020년에 11억원을 수령한 이 대표는 ▲2021년 9억원 ▲2022년 15억원 ▲2023년 2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 한국앤컴퍼니 "한온 '대표집행임원' CEO 임금, 이사회 미포함"
박정호 사장은 특별히 보수와 관련된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비춰봤을 때 5억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기업에서 5억원이 넘는 보수가 지급될 경우 당사자와 금액이 외부에 공개된다. 한온시스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박종호 한국앤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8억원을 받았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측은 한온시스템의 보수 한도가 5억원에 맞춰져 있는 것은 집행임원제도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015년 이사회와 경영진을 분리하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난해까지 유지해 왔다. CEO도 사내이사가 아닌 대표집행임원인 터라 이사회 멤버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만 이사회를 꾸린 만큼 보수총액 한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이전까지 한온시스템을 이끈 2명의 외국인 CEO(너달 쿠추카야‧나가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는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닌 해외 법인에서 임금이 지급됐다"며 "만약 이들이 이사진에 포함됐다면 한온시스템의 이사 보수 총액은 5억원을 크게 상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달 쿠추카야 전 대표와 나가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 전 대표는 각각 독일 법인과 인도 법인에서 보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집행임원제도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사회 보수 총액을 10배 증액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서도 경영 성과에 따라 사내이사진에게 지난해 액수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연말 기준 부채비율은 254.2%로 시장에서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는 200%를 초과하고 있다. 또한 총차입금의존도는 43.0%로 안정권으로 평가되는 30%를 상회하고 있다. 캐시플로우도 원활하지 못하면서 '돈맥경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당여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583억원을 기록했다. 조현범 회장이 이달 초 열린 경영 전략 회의에서 3년 안에 한온시스템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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