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파마)가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 사용의 적정성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쓰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자회사 투자와 지원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정됐던 R&D 추진 계획이 줄줄이 어긋나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시장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마는 2021년 2월5일 유가증권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회사는 IPO 과정에서 밴드 최상단인 3만2000원을 공모가로 확정지으며 총 4909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회사는 공모자금 중 4367억원을 파이프라인 R&D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시기별로는 2021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403억원, 1063억원을 비롯해 2022년 660억원, 2023년 이후 2241억원 등이다.
세부적으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투즈뉴) 품목허가 등에 145억원, 아바스틴 시밀러 'HD204' 임상 및 품목허가 등에 463억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PBP1502' 749억원 등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특히 췌장암 치료제 'PBP1510' R&D에는 1193억원의 투자를 계획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지출한 R&D 예산은 HD201, HD2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HD201과 HD204에는 각각 투자 계획액 대비 103.5%, 125.3%인 150억원, 580억원이 사용됐다.
반면 PBP1502 R&D에는 계획 대비 12%인 90억원, PBP1510에는 7%인 84억원이 지출됐다. 또 기타 파이프라인 연구에도 처음 계획(1817억원)의 5.5%인 99억원만이 투입됐다. 상장 이후 11기 반기(2024년 12월)까지 파이프라인 R&D에 소요된 자금은 총 1003억원 수준이다.
2019년부터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HD204는 2021년 유럽 승인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신청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3상 완료 후 유럽과 미국 품목허가를 목표로 했던 PBP1502도 1상 진입에 그쳤으며 다른 파이프라인들의 R&D 추진도 당초 목표보다 2년 넘게 늦어진 상황이다.
반면 IPO 공모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된 항목은 운영자금과 해외종속기업투자다. 각각 680억원, 2219억원이 쓰인 두 항목은 전체 지출액의 74.3%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IPO 당시 공개한 자금사용처에 운영자금과 해외종속기업투자 항목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마가 싱가포르 법인임을 고려했을 때 투자가 이뤄진 해외종속기업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아이디씨(IDC)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로직스)다. 작년 말 기준 파마가 보유하고 있는 IDC와 로직스의 지분율은 각각 100%, 40.2%다.
파마는 백신사업 등을 위해 IDC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그 규모는 815억원에 달한다. 또 로직스 지배구조 개선 등에 1632억원을 쏟아부었다. 공모 투자자들과의 약속과는 다르게 파이프라인 고도화 및 상업화를 위한 자금을 자회사 지배력 강화와 지원에 사용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파마의 캐시카우 확보가 늦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를 R&D 지연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정대로 파이프라인 R&D를 진행했다면 관련 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그만큼 수월하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파마가 생산시설 확대 및 공정 개발 등을 통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했지만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회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전체 주주가 피해를 봤다"고 꼬집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공개 이후 모든 비용 집행에 대해 감사인의 확인을 거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비용은 적법하게 집행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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