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하나자산운용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를 설명하며 새로이 탈바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리브랜딩을 단행하며 상품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존 상품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하나자산운용이 특히 초점을 맞춘 건 퇴직연금이다.
하나자산운용은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5년 뉴시니어 TDF·ETF'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뉴시니어를 공략하기 위해 퇴직연금 시장의 핵심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태우 대표는 "자산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최고의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하나자산운용이 짧은 시간 안에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건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속도감 있게 공급하고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펼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더 큰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수익률로 입증한 운용 역량
TDF란 퇴직연금에 최적화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생애 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로, 국내외 주식은 물론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미국 퇴직연금 프로그램인 401K의 디폴트옵션 약 80%가 TDF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퇴직연금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하나 더 넥스트'라는 브랜드로 TDF를 선보였다. 빈티지는 총 6개(2030·2035·2040·2045·2050·2055)다. 하나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상품들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경쟁사의 유사 상품과 비교했을 때 더욱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기준 5~10%가량 더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두드러지는 성과를 낸 배경에 관해 김 대표는 글로벌 EMP 운용 역량을 강조했다. EMP 펀드란 포트폴리오 내 ETF 여러 개를 편입해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 상품이다. 주식과 채권 외 부동산 등 여러 종류의 ETF에 투자해 수익과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김 대표는 "EMP에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곡선)를 더한 게 TDF"라며 "따라서 국내에서도 손에 꼽는 글로벌 EMP 운용 역량을 지닌 하나자산운용이 필연적으로 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자산운용은 2조 원 규모의 EMP를 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제치고 한국투자공사(KIC)의 글로벌 주식형 EMP 위탁 운용사 두 자리 중 하나를 차지했다.
◆ 후발주자인 만큼 더 확실하게
하나자산운용의 TD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후발주자의 이점이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에서야 TDF상품을 선보였다. 경쟁사의 유사 상품에 비하면 한참 늦은 출시다. 그러나 출발이 늦은 만큼 기존에 존재하던 상품을 철저하게 분석해 더욱 효율적인 상품을 설계할 수 있었다.
김 대표에 이어 연사로 나선 권정훈 하나자산운용 운용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존에 나와 있던 상품을 분석해 강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했다"며 "이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TDF 장기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총 4가지를 꼽았다. △위험 자산 비중 △국가별 비중 △환헤지 △보수 등이다.
권 CIO가 강조한 부분은 자산별 환율 전략을 달리 적용했다는 점이다. 가령 위험자산에 속하는 글로벌 주식에는 환노출 전략을 쓰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글로벌 채권에는 환헤지 전략을 쓴 식이다. 권 CIO는 "자산군마다 환율과의 상관관계가 다르다"며 "따라서 적합한 전략을 써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약세장에서 빛을 발한다. 하락 국면에는 다양한 변수가 부각되면서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권 CIO는 "과거 증시 급락기에 차별화된 환율 전략을 활용한 포트폴리오가 더욱 강한 하방 지지력을 보였다"며 "TDF는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기에 이는 특히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 CIO는 업계 내 경쟁 상품 대비 저렴한 보수도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보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투자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장기적인 상품일수록 보수가 저렴해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하나자산운용, '뉴시니어' 사로잡을까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뉴시니어 공략을 주요 비전 중 하나로 내세웠다. 뉴시니어란 은퇴했지만 한창 활동 중이고 고정수입이 없는 60세 이상의 시니어 세대를 칭한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해 적극적으로 은퇴 자산을 관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고객층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시니어의 소중한 인생 2막을 위한 하나금융만의 솔루션'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전사적으로 '하나 더 넥스트' 사업부를 출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이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내세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징적인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나 더 넥스트 TDF 역시 이 일환이다.
만약 하나자산운용이 이 TDF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면, 하나금융그룹의 목표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는 셈이다. 권 CIO는 "하나 더 넥스트 TDF가 브랜드 전체의 근간이 되는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