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가 연간 생산역량 7700만본을 갖춘 글로벌 제조기업 도약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다. 목표 달성의 핵심 열쇠는 유럽 공장 신설 프로젝트다. 금호타이어는 생산역량이 최대 1200만본에 이르는 유럽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초 집권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꺼내들면서 예상치 않은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낮추려면 현지 공장 증설 등 생산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금호타이어가 급변하는 대외환경을 극복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금호타이어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현지 공장 증설과 유럽공장 신설 계획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느 쪽에 투자 여력을 집중해야 할지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유럽 지역 내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간 생산역량이 최대 1200만본에 이르는 생산 거점을 조성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유럽을 제외한 국내와 미국과 중국, 베트남에서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금호타이어가 유럽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와중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복병으로 마주하게 됐다. 글로벌 생산 전략의 무게 중심을 미국에 집중해야 하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에서 미국(북미)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1%, 26%에 달했다.
고관세 정책은 이미 예견된 수순에 해당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 공약으로 전 수입 품목에 10% 보편관세 부과를 공언하며 고관세 기조를 분명히 나타냈다. 여기에 내달부터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25%가 시행돼 타이어 업계에 간접적인 피해가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타이어가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려할 만한 선택지로는 미국과 베트남 공장 생산 확대가 꼽힌다. 특히 베트남 공장은 북미 지역으로 수출되는 타이어 물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거점으로 통한다. 베트남과 미국 공장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1310만본, 330만본으로 추산된다.
금호타이어는 단기적인 차원에서 공급망 재편을 꾀해 관세 정책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국내 생산분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등 이원화 전략을 펼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베트남의 경우 다른 해외 국가에 비해 인건비를 비롯한 제조 단가가 낮아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 부담을 흡수할 여지가 크다고 평가 받는다.
캐파(생산능력) 확대도 예정돼 있다. 세부적으로 올 한 해 공장 설비 효율화 등에 나서 글로벌 연간 생산능력을 6500만본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6250만본) 대비 4%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입장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큰 탓에 특단의 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는 미국과 베트남 공장 증설이 거론된다. 유럽공장 신설에 1조원이 넘는 투자 재원이 조달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장 증설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호타이어가 과거에 비해 재무 건전성을 대폭 끌어올리긴 했지만 투자 재원 시 외부 차입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의존도는 36%로 집계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30% 이하일 때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본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증설은 당사가 검토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확정된 바 없다"며 "트럼프발 미국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돼 공급망 재편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금호타이어는 2014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하고 2018년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 그룹에 인수됐다. 당시만 해도 금호타이어의 차입 의존도는 4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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