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의 고질적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로봇주차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봇주차는 주차 공간의 효율화는 물론 화재, 추락 방지 등의 장점을 지녔음에도 국내에서는 규제 문턱에 막혀 대중화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로봇주차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주차 방식의 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세계적 악명을 떨쳐 온 태국이다. 로봇주차 솔루션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는 태국의 수도 방콕을 찾아 국내 주차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방콕=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메가시티 방콕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인 아속역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위즈덤101(Whizdom101). 방콕의 유명 쇼핑몰 건물인 이곳에서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전시장 외에도 한국의 또 다른 첨단 기술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삼표그룹의 계열사인 에스피앤모빌리티(SP&Mobility)의 엠피시스템(MPSystem)이 적용돼 있다.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 마련된 5대의 엠피시스템에서는 현지 직원의 관리‧감독 아래 입고와 출차가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2023년 9월에 완공된 위즈덤101에서는 총 69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엠피시스템은 에스피앤모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로봇주차 시스템으로 가로 1m, 세로 1.9m 크기의 듀오(DUO)라 불리는 로봇이 핵심이다. 운전자가 차량을 턴테이블(회전판) 위에 정차해 두기만 하면 다음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2대의 듀오에 장착된 총 8개의 암(Arm)이 가위자로 교차해 타이어를 들어 올려 차량을 운반한다.
차량의 제원은 레이저 신호에 의해 스스로 파악한다. 듀오의 운반 속도에 맞춰 셔터가 열리면 리프트(Lift) 안으로 차량이 실리게 된다. 기존 팔레트(Pallet)라 일컬어지는 기계식 주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운전자 추락 사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듀오 로봇을 비롯한 턴테이블 등 관련 부품은 전량 '메이드 인 코리아'로 김포에 위치한 에스피앤모빌리티 공장에서 100% 제조돼 수출된다.
기계식 주차장에서의 인명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기계식 주차장에서 57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일에도 인천 계양구의 한 교회에 마련된 기계식 주차장에서 구조물이 내려앉아 50대 운전자가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발생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 관계자는 "슈퍼카, 세단, SUV, VAN 등 세그먼트의 제한을 받지 않는 데다가 최대 무게는 3t까지 견딜 수 있다"며 "듀오의 두께는 10㎝ 정도에 불과해 내연기관 차량 보다 바닥과의 높이가 낮은 전기차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량 입‧출고 과정에서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한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방콕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웨이팅룸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RF(비접촉식)카드, QR 코드 뿐 아니라 얼굴, 지문 등 생체인식을 통한 소유주 인증이 이뤄진다. 실시간 입‧출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SCADA(감시제어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로봇주차 대중화의 관건이 될 입출고에 걸리는 시간도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실제 차량이 턴테이블에 완전히 진입하고 나서 셔터가 완전히 닫힐 때 까지 2분30초 가량이 소요됐다. 주차장 내외부에 설치된 CCTV 관제와 시스템 에러 등을 감지할 수도 있는 통제실도 한편에 구축돼 있다.
공공주택에도 에스피앤모빌리티의 엠피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용 레지던스인 아닐샤톤에서는 엠피시스템의 또 다른 장점인 병렬주차(Tandem Parking) 진가를 엿볼 수 있다. 직접 리프트를 타고 주차장 내부로 들어서자 총 243대를 수용할 수 있는 10층 규모의 웅장한 콘트리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기존 팔레트 방식과 차별화되는 로봇주차의 장점인 소방시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차실(車室)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층마다 비상구를 설치해 유사시 인력과 장비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 관계자는 "2열, 3열, 4열 등 레이아웃(배치)에 따라 '죽은 공간'(Dead Space)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레트 주차장의 주소재인 철골과 달리 콘크리트는 자체적으로 내화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스프링클러까지 갖추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장착된 만큼 차실 바닥에도 소방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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