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민희 기자] 모나미가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뛰어든 화장품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당초 회사는 65년 이상의 필기구 제조 노하우를 화장품 제조기술에 적극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부진한 성과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모나미의 부담만 가중됐다는 시장 분석이 나온다.
모나미는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2022년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회사는 약 220억원을 투입해 용인 테크노밸리 공단 내 코스메틱 공장을 완공했다. 2023년엔 모나미코스메틱법인을 설립하며 화장품 주문자위탁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에 본격 진출했다.
모나미가 OEM·ODM에 뛰어든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65년 이상의 필기구 제조 기술을 화장품 펜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모나미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색조 배합 기술과 사출금형 기술력을 활용해 아이, 립, 파운데이션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K뷰티 수요와 함께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신생(인디)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OEM·ODM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글로벌마켓비전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OEM·ODM시장 규모는 지난해부터 연평균 5%씩 증가해 2030년 111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후발주자인 모나미코스메틱의 시장 내 존재감이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점이다. OEM·ODM 시장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이 이미 장악하고 있다. 투자정보회사 증권플러스에 따르면 국내 빅3 OEM·ODM기업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40%에 달한다.
그에 반해 모나미코스메틱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 미만에 그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저조한 인지도는 회사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모나미코스메틱은 2023년부터 작년 3분기까지 65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냈다.
모나미코스메틱의 부진은 초기 전략 수립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사업과 문구사업은 기술과 마케팅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 화장품사업은 문구사업에 비해 트렌드 변화가 빨라 시장 반응에 민감하다. 아울러 피부에 사용되는 색조의 경우 볼펜 색조보다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나미는 볼펜 기술에 기반한 조색 노하우만 보유하고 있어 피부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단기간에 갖추기 어려웠다. 현재 이를 극복할 뚜렷한 전략 역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돌파구로 삼은 모나미코스메틱이 오히려 모나미 연결실적에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모나미의 연결실적을 살펴보면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한 이후인 2023년 57억원의 순적자를 냈고 작년 3분기에도 53억원의 누적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모나미가 자사의 문구 노하우를 활용해 코스메틱 사업에 진출했지만 문구 기술과 화장품 기술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며 "색조는 볼펜의 색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두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모나미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화장품사업은 아직 초기단계다"며 "국내 메이저브랜드와 인디브랜드를 비롯해 해외 브랜드와도 꾸준히 소통하며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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