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심두보 기자] 지난해 ETF 시장을 휩쓴 키워드는 단연 '커버드콜'이다. 커버드콜 상품은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이 월 배당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국내 투자자들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월 분배율을 내세운 상품들이 인기몰이하자 자산운용사들도 공격적으로 커버드콜 ETF를 출시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커버드콜 ETF 시장 규모는 약 8조 1035억 원이다. 거래되는 37개 상품의 순자산가치(AUM)를 합산한 것이다. 1년여 전인 2023년 말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당시 상장된 상품의 순자산가액 총합은 7748억 원이었다. 즉,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내 ETF 시장 가운데서도 유달리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 데일리옵션의 선구자
커버드콜 ETF가 지난해 뜨거운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건 약점을 보완한 덕분이다. 커버드콜은 옵션을 매도하기 때문에 상승 국면에서 수익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태생적 단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주류로 자리 잡은 상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괴리율을 크게 줄였다. 콜옵션을 초단기로 매도하거나 매도 비중을 조절하고 미스매칭 전략을 적용하는 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커버드콜의 한계를 해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는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활용하고 있는 데일리옵션(0DTE)을 가장 먼저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커버드콜 상품을 출시한 탓에 후발주자로 여겨지지만, 커버드콜 시장의 판을 바꾸는 데 기여한 셈이다.
데일리옵션은 다음날 만기가 도래하는 콜옵션을 매일매일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얻는 방식이다. 옵션 매도 주기가 짧아 프리미엄이 낮지만, 매일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프리미엄을 더 자주 수취할 수 있다. 따라서 누적 기간 합산 프리미엄은 먼슬리 혹은 위클리 옵션보다 높을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우선 비용이 비싸다. 옵션거래 빈도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거래 수수료도 누적된다. 또한 데일리옵션 거래가 본격화된 게 불과 3년 전인 만큼 시장 변동성에 어떤 리스크를 부담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시장이 급변할 경우 얻게 되는 프리미엄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다만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를 합성형으로 설계해 불확실성을 줄였다. 미국 옵션 시장에서 경험이 많은 현지 투자은행을 통해 성과를 수취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특히 데일리옵션은 오퍼레이션 난도가 높은데 현지 기관에 일임하면서 운용 안전성도 높였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본부장은 4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커버드콜 전략의 폭이 넓어지고 구조가 다양해지면서 태생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이 국내 투자자들의 니즈를 저격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 데일리옵션에 미스매칭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선보인 커버드콜 상품은 총 3개. 지난해 출시한 △ACE 미국빅테크7+타겟커버드콜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 △ACE미국500데일리타겟커버드콜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3개 상품 모두 데일리옵션을 적용했다.
이중 미스매칭 ETF는 두 상품이다. 미스매칭은 상품이 추종하는 기초지수와 콜옵션의 기초자산을 다르게 두는 경우를 말한다. 모든 유형의 커버드콜 ETF는 기초지수 하락 폭이 옵션 프리미엄보다 큰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 이 점에 착안해 옵션 자산보다 성장성이 높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게 미스매칭 상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빅테크7+타겟커버드콜(합성)과 ACE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에 미스매칭을 적용했다. 두 상품은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다르지만 옵션 기초자산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로 동일하다.
남 본부장은 "사실 기초자산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지만 어떤 전략을 적용했는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며 "따라서 상품마다 어떤 투자 전략을 쓰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커버드콜 상품은 만능이 아니"라면서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투자 기간 등을 잘 알고 투자를 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어지는 커버드콜 인기
커버드콜 상품의 인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커버드콜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 폭넓어지면서 더욱 다양한 ETF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남 본부장은 "커버드콜 상품의 요소요소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행이 더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에는 기초자산의 종류가 세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주요 지수나 배당주로 구성된 지수, 혹은 국채를 기초자산 삼는 상품이 주류였다. 그러나 미스매칭이 가능해지면서 커버드콜 ETF에도 액티브적 성격을 가미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빅테크7+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처럼 더 특징적인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 본부장은 "올해 나오는 커버드콜 ETF는 기존 상품과 기초자산 면에서 차별성이 있을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주식에 한정됐다면 채권이나 다른 자산으로도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개량을 거듭해 더욱 효율적인 ETF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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