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가 아워홈 인수 9부 능선을 넘었다. 최근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다만 아직 남은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며 여지를 남겼다. 특히 한화 측이 이번 인수를 통해 그룹의 역점인 로봇사업과의 시너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 전 부회장의 지분 정리가 필수적이라는 시장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는 이달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아워홈 오너일가인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구미현 회장(19.28%) 측이 보유한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분할매수 계획에 따라 50.6%는 4월 29일 거래를 마칠 예정이고, 나머지 8%는 2년 뒤 매수할 예정이다.
문제는 나머지 지분이다. 한화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게 되지만 여전히 차녀 구명진 씨(19.6%)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20.67%)이 보유한 지분 역시 절반 가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지분이 한화의 아워홈 경영에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 측이 사사건건 경영에 간섭하고 훗날 배임 등으로 문제를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단순 투자자가 아닌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인 만큼 구 전 부회장 측 지분은 부담이다. 한화는 이번 매매계약 체결에 앞서 구 전 부회장 측에 양도 의사를 물어봤지만 구 전 부회장 측은 끝까지 매도를 고사했다. 아직 아워홈 경영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다만 우려했던 우선매수권 발동이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워홈은 정관에 따르면 '주주가 주식을 매각하면 다른 주주가 동일한 조건으로 먼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먼저 주식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만 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데 현재 아워홈 이사회 3인은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인물이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4월로 예정된 매매계약 체결 전까지 FI(재무적투자자)를 모집해 인수대금 8695억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정관상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것 역시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확률이 희박하다. 기업분석 전문 변호사는 "한화의 아워홈 양수는 절차상 다툼의 여지가 적기 때문에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한화도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법리 검토를 다 끝낸 상황이니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 측은 장기적으로 구 전 부회장 측 지분까지 전부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워홈 인수가 단순히 한 계열사와의 사업적 시너지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봇사업은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의 승계와도 그룹에서 연관이 있다. 결국 한화에서는 순조로운 사업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100% 지분 인수가 필수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한화 입장에서 구 전 부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은 아워홈 경영에 부담일 것"이라며 "경영의 뇌관이 될 수도 있는 구 전 부회장 측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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