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2년차에 들어간다.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는 달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 쇄신을 위한 고강도 칼날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경영 성과가 절실한 만큼 이를 위해 당장 직면한 해결과제를 짚어봤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신세계그룹이 본업인 오프라인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에 돌입했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할인점은 창고형과 전문점으로 중심 추가 옮겨가고 있고 미래먹거리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 구축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사업재편 성패에 따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강조한 '본업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신세계그룹 할인점은 과거 이마트가 핵심채널이었지만 이제 수익성이나 중요도 측면에서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이마트는 작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별도기준 2021년 1분기 이후 14개 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이러한 성과는 판매관리비에 대한 고강도 비용절감 효과에 그치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작년 3분기에만 판관비 330억원을 줄였지만 1~3분기 누적 영업이익(668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63억원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빈자리를 채운 건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합병에 따라 별도기준 실적에 편입된 슈퍼마켓 에브리데이, 노브랜드 등과 같은 전문점이다. 작년 1~3분기 트레이더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1억원, 전문점은 3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브리데이는 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 규모로 봐도 이마트(668억원)는 이제 트레이더스(871억원)에 뒤진다. 매출 비중 면에선 여전히 이마트(8조8642억원·69.7%)가 차지하는 몫이 트레이더스(2조7135억원·21.3%)보다 크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효율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쿠팡 등 온라인몰의 가파른 성장에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낮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스타필드'를 따로 언급한 부분은 큰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본업 경쟁력 회복과 혁신을 강조하며 오프라인 계열사 중에서 콕 찍어 스타필드를 지목했다. 이는 2018년 신년사에서 정 회장이 강조한 '스토리 있는 콘텐츠'와도 맥을 같이 한다. 정 회장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해야 한다고 단순하게 쇼핑하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존 점포를 리뉴얼하는 정도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이마트와는 달리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현재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필드 청라와 스타베이 시티(화성 국제테마파크)다. 대규모 부지에 정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콘텐츠'가 들어갔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 일대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개발 중인 '스타필드 청라'는 돔구장, 호텔, 수영장, 초대형 쇼핑몰을 결합한 복합공간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단 SSG랜더스를 인수했다. 돔구장이 지어지면 야구단과 그룹 내 자회사 간의 시너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올해 초 조성계획 승인을 받아 2029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베이 시티(화성국제테마파크)는 부지 규모만 418만9000㎡(127만 평)로 스타필드 청라(16만 5000㎡)의 25배에 이른다. 이 곳은 글로벌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만드는 복합형 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다. 테마파크·워터파크·골프장·숙박시설·스타필드·공동주택 등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모든 오프라인 계열사가 들어갈 예정이다.
관건은 복합개발에 따른 막대한 투자 비용인데 신세계그룹은 다른 스타필드 지점처럼 외부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필드는 위탁운영 중인 코엑스몰을 제외하고 4개점(하남·고양·안성·수원) 모두 외부 지분이 50%가량 섞였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도 사업 진행 단계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외부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본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타필드는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성장하고 있다. 대표 매장인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2016년 개장 이후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 영향을 입은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2023년까지 7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658억원으로 48.6%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작년 1월 개점한 스타필드 수원도 개점 직후부터 매출 783억원, 영업이익 253억원(2024년 1~3분기 기준)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프라퍼티 운영매장은 공실률 2% 이내로 우수한 점포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국내 1위 대규모 복합쇼핑몰 운영사업자로 우수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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