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재고자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 투자를 줄이며 현금유출 부담을 완화하려 노력했으나, 재고자산이 크게 늘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했다. 올해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상시적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핵심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자산 및 운영 효율화 극대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1조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했다. 2023년말과 비교해도 37.6% 늘어난 수준이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구매한 원재료와 생산 중인 자산, 생산한 제품 등의 가치를 말한다. 기업은 미래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재고를 만든다. 반대의 경우 제품이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아 두기도 한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상황은 후자에 속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외 경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조8279억원, 영업이익 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2.7%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석유화학 생산설비 증설을 이어오면서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려 사실상 자급률 100%를 달성한 상태"라며 "결국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중국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재고자산이 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둔화된다. 지난해 3분기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29억원으로 80.3% 급감했다. 그 중에서도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은 806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배당금(447억원)과 이자수취(272억원)로 현금흐름이 발생했다. 원재료 매입 과정에서 현금이 유출되고 보관 및 관리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증가하면 영업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줄면 지출에 비해 제품 판매로 얻는 수입이 적었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금호석유화학은 보수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3분기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3255억원에 비해 현금유출 폭을 절반 이상 줄였다. NB라텍스 23만6000톤 증설 공사 등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기도 했지만, 투자 성향이 기존 설비의 유지 보수 등 경상투자 중심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영업창출력 약화로 보유현금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FCF는 기업이 벌어드린 수익(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배당, 설비투자(CAPEX) 등을 뺀 값이다. 지난해 3분기말 FCF는 -2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1975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다른 석유화학 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상경영에 준하는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방 산업 부진 등으로 올해도 석유화학 업계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고자산을 위해 가동률을 줄여 재고자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상시적 위기의식 ▲핵심역량 고도화 ▲기본과 원칙 준수 등을 당부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박 회장은 "상시적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변화의 시대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라며 "지금의 위기는 우리를 움츠리게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더 강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할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사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산 및 운영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더욱 견고히 다져야 한다"며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프로세스를 한층 더 깊이 탐구하고, 이를 최적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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